서울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냉방시설이 부족한 지하철역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도 괴롭게 느껴진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가 관할하는 1~8호선 276개 역사(1호선 서울역-청량리역 구간 총 10개) 가운데 냉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은 51개(18.4%)이다. 2~4호선이 46개이다.
1995년부터 순차 개통된 5~8호선 비냉방 역사 5개는 모두 지상역사이다. 비냉방 역사 51개 가운데 40%를 넘는 20곳이 3호선이다. 이 중 지상역사 2개(지축·옥수)를 제외하면 지하역사 26개 가운데 18개가 3호선에 몰려있다.
냉방시설은 승객 수와 혼잡도, 공기 질과 역사 노후도 등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치된다. 1·2호선은 전체 수송량이 많고 노후도가 높아 우선 검토 대상이 됐다. 특히 2호선 아현역은 올해 '노후 지하철 역사 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냉방장치 설치를 포함한 리모델링 작업이 예정돼 있었으나 예산 문제로 잠정 중단됐다.
다만 2호선 일부 역사에 아직 냉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3호선 전체가 후순위로 밀린 것은 아니라는 게 서울교통공사 측 입장이다. 실제로 안국역과 경복궁역, 남부터미널역, 수서역 등은 혼잡도가 높고 승하차 인원이 많아 우선순위로 고려되고 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오른 이달 4일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설치된 냉풍기 앞에 서 있던 직장인 A씨는 "(냉풍기) 바로 앞만 시원해서 열차를 기다릴 때 최대한 냉풍기 앞에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기가 있어도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같은날 안국역 승강장에 놓인 냉풍기 4대는 모두 전원코드가 빠져 있거나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특히 지하철 개통 초기인 19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 지어진 역사는 냉방시설을 갖추지 않았다. 이후 추가로 설치하고는 있지만 한꺼번에 설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서울교통공사의 설명이다. 역사 한 곳에 냉방시설을 설치하려면 500억 원에서 600억 원이 드는데 급한대로 이동식 냉풍기를 활용하고 있지만 폭염 대비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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