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 주말의 마지막 밤.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짧게 지나가버린 휴일에 대한 아쉬움과 다음 날 출근에 대한 부담감, 각종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일요일 밤이면 불안함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장마철 특유의 후덥지근하고 눅눅한 날씨까지 더해지면 수면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한 정신건강연구소가 1만 2000여 명의 직장인을 분석한 결과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직장 스트레스’가 정신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고, 일조량 감소로 인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도 줄어들어 불면이 악화되기 쉽다.
불면은 단순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수면이 부족하면 단기적으로 집중력 저하와 피로, 업무 효율 저하를 초래한다. 장기적으로는 고혈압,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보다 18% 가량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통계 자료 기준으로는 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11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직장인들의 경우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불면을 ‘심신불안(心身不安)’의 상태로 해석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기혈 순환을 방해해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오르는 ‘간기울결(肝氣鬱結)’ 상태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슴 두근거림과 소화 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심비양허(心脾兩虛)’ 상태 등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면서 숙면을 방해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개선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귀비온담탕, 보혈안신탕, 안매탕 등 기혈을 보충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한약을 처방할 수 있다. 신문혈·백회·사신총 등 신경 진정 및 심신 안정과 관련된 혈자리에 침을 놓는 것도 긴장을 완화하고 수면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데 효과적이다.
자생한방병원이 SCI(E)급 국제학술지 ‘헬스케어(Healthcar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의과에서 불면증에 가장 많이 시행되는 치료법은 침 치료로, 7년간 10만 여건이 이뤄다. 뜸과 부항도 각각 1만6000여 건, 1만1000여 건씩 시행됐다. 이들 치료법은 과도하게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개선해 전반적인 수면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불면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치료 못지 않게 일상 속 노력이 중요하다. 억지로 자려고 하기보단 자신을 돌보고 진정시키는 편이 낫다.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가벼운 스트레칭과 미지근한 샤워, 쾌적한 수면 환경 조성 등 생활 속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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