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상업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 해체가 확정되면서 원전 해체 기술력을 보유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이미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인 미국에서 원전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이번 고리 1호기 해체 작업 수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월성 1호기 해체를 준비 중인 대우건설 역시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에 참여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현재 미국 원전 해체 분야 전문 기업인 홀텍과 뉴욕주 인디안포인트(IPEC) 1∼3호기 해체 작업을 공동으로 수행중이어서 고리 1호기 참여를 적극적이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원자로 구조물 절단과 오염 장비 해체, 사용 후 핵연료 제거와 저장시설 이송, 건물 해체, 폐기물 관리 등의 핵심 공정을 원활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2022년 홀텍과 원전 해체 협약을 맺고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미국 원전 해체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홀텍은 해체 기술뿐 아니라 미국 핵연료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핵연료 건식저장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은 2050년 5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유망한 시장”이라면서 “미국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유일한 한국 건설사로서 국내외 원전 해체 분야에서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도 1990년대부터 30건 이상의 원전 프로젝트를 진행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리 1호기 해체 공사 참여에 나설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설계·시공·성능개선·해체·폐기물 처분에 이르는 전 주기 기술력 확보 및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며 원자력 설계·조달·시공(EPC) 역량도 해외에서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상업 원전인 월성 1호기 해체 공사와 공정설계까지 담당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 다음 해체 대상이기도 하다.
원전 해체는 원전 영구 정지, 안전 관리, 사용 후 핵연료 반출, 시설 해체, 부지 복원 등의 과정에 최소 10년이 걸리고 작업 특성상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전 세계에서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5기에 그친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1호기의 해체 승인을 결정하며 영구 정지 8년 만에 본격적인 해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월성1호기도 해체 심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월성1호기는 세계 최초의 중수로 해체 사례인 만큼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국내 기업이 월성1호기 해체에 성공한다면 중수로 해체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또 향후 글로벌 해체 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해체시장은 원전 30기 기준으로 약 26조 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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