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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6개월 동안 ‘미술품 물납’ 달랑 1건…물납제 활성화 어떻게(종합)

문체부, 3일 미술품 물납 활성화 토론회

2023년 시행에도 규제로 활성화 안돼

2024년 10월 1건 4점 26억원에 불과

감정·평가 방식 개선, 물납 대상 범위 확대

현재 ‘물품’서 ‘재산’으로 개념도 바꿔야

이명옥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회장이 3일 미술품 물납 활성화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수문기자




상속세를 미술품이나 문화유산(문화재)로 대신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가 시행된지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실제 물납 사례는 달랑 1건, 4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납제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는 가운데 미술계에서는 인식 변화 및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는 3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AKL) 아고라에서 ‘창작의 가치를 지키는 제도: 미술품 물납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미술품 물납제가 시행된 이후의 제도 현황과 관련 현안들을 점검하고, 미술품 물납제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미술품 상속에 관한 주요 현안과 국내외 사례를 발표한 최병식 미술평론가(전 경희대 교수)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물납제 사례는 2024년 1건에 불과했다. 그해 10월 상속세를 낸 A씨의 미술품 4점, 총 가액 26억 원 규모였다. 물납된 미술품은 이만익의 ‘일출도’ 전광명의 ‘집합’, 쩡판즈의 ‘초상화(2점)’ 등 4점이다. 당시 문체부가 보도자료를 내면서 ‘첫 사례’라고 홍보했는데 그 이후 추가 사례가 나오지 않은 셈이다.

지난 2023년 도입된 ‘미술품 물납제’는 상속세 납부를 현금 대신 미술품이나 문화유산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타계하면서 기증한 대규모 미술품 컬렉션을 계기로 상속세 물납제 논의가 확대됐다.이어 기존 유가증권과 부동산 등에만 허용된 물납 범위를 미술품 등으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 작업이 진행됐고 2021년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을 개정, 2023년 1월부터 ‘미술품 물납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른바 중요한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을 국가의 자산으로 삼아 보존·관리하고 확보한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을 국민에게 공개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도입한 제도라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이날 최병식 교수는 미술품 물납이 저조한 이유로 제도 자체의 한계를 지적했다. 현행 법률 상으로 보면 우선 미술품 물납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속세 납부액이 상속재산가액 중 금융재산의 가액을 초과해야 한다. 즉 금융재산을 많이 남긴 사망자의 상속자는 미술품을 물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어 미술품이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것도 상속자들이 당장 마련하기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하게는 미술품의 가치평가가 모호해 이를 ‘상속세’로 받아들이는 세무당국에서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술품 가격평가라는 것이 매우 주관적이고 또 시장 변동에도 크게 달라진다. 결국 물납제는 담당하는 것은 현행법상 세무서인데, 당연히 이들 세무서는 ‘현찰’을 받기를 더 원한다. 2024년 유일한 사례에서도 당초 10점을 물납 신청했지만 4점만 허용됐다고 한다.

최 교수는 미술품 물납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 미술품 감정 및 가격평가의 공정성 확보 ▲ 보유한 금융재산 규모와 상관없는 물납 허용 ▲ 물납의 범위를 상속세에서 재산세·증여세 등으로 확대 ▲ 현재 대상인 ‘회화, 판화, 조각, 공예, 서예 등 미술품’ 제한에서 미디어나 사진 등 미술분야 전체로 확대 ▲ 교육과 홍보, 컨설팅 강화 ▲ 물납된 작품이 전시 등 활용 확대 등을 제안했다.

미술품 물납 사례를 보도한 2024년 10월 7일자 문체부 보도자료. 사진 제공=문체부




유일한 미술품 물납 사례인 쩡판즈의 ‘초상화(2점)’ 모습. 사진 제공=문체부


이어 미술품 물납 확대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제안한 황승흠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물납 과정이 세무서를 먼저 거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신청이 제한되고 있다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현재 물납 신청을 받는 주체는 지역 세무서장으로, 앞에서 말한 규정에 맞을 경우 세무서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를 하고 문체부가 협의를 거쳐 물납 필요성이 인정되면 다시 세부서에 물납 허용을 요청하는 구조다. 그리고 세무서장이 ‘국고손실 위험이 크지 않다고 인정’하면 물납을 허가한다.

물납 허용된 미술품 자체는 세무서장이 관리기관(조달청장)에 인도하는데 이때 조달청은 이 미술품을 ‘불용처리’하고 문체부 관리로 전환한다. 마지막으로 문체부 장관은 이를 넘겨받아 실무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관리하는 형태다.

가장 중요하게는 현행 법체계에서는 미술품이 ‘국유재산’이 아닌 ‘물품’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유재산은 말그대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관리가능한 재산가치 있는 동산 등을 의미하며 국유재산법의 적용대상이다. 반면 물품은 사무용품 같은 소모품 성격의 동산으로 물품관리법 적용 대상이다.

미술품은 동산이기는 하나 소모품 성격이라 보기도 어려워 물품관리법의 대부분의 조항에 적용되지 않고 달랑 시행령 1개 조문과 조달청 고시로 규율된다. 즉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안으로 황 교수는 “국유재산법 개정을 통해, 등록된 국가미술품을 국유재산으로 규정하고 이어 ‘국가미술품제도’를 도입해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물납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국가미술품 근거를 위해 미술진흥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납 받은 미술품이 보다 철저한 관리가 될 때 물납제 자체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체부의 예술정책 토론회 가운데 이례적으로 100명에 가까운 관계자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미술품에 대한 가치평가 처리가 그만큼 관심사항이라는 것이다.

이날 문체부 신은향 예술정책관은 “미술품이 ‘물품’이 아니라 ‘재산’으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미술계에 공정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감정 및 평가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국장은 이어 “정부가 운영하는 미술시장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미술 시장이 보다 투명해져야 미술품 평가도 가능하고 이들 미술품 소유자들도 가치를 보장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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