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View&Insight] 약국계의 코스트코…유통 혁신 신호탄되나

■'창고형약국'이 약사에 던진 화두

기존 약국 틀 깨고 ‘쇼핑식 구입’

의약품 많고 가격 싸 소비자 호응

약사 역할 다변화 기회로 삼아야

2일 경기 성남시 메가팩토리 약국에서 소비자들이 의약품을 둘러보고 있다. 안경진 기자




‘약국계의 코스트코’를 표방하는 창고형 약국이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약국 형태인 만큼 제약업계는 물론 약사 사회도 들썩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사 카르텔’에 막혀 답보 상태에 빠졌던 의약품 유통의 패러다임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전통 방식만 고집해 온 약사 사회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일 의약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경기도 성남시에 ‘메가팩토리약국’이 문을 열었다. 430㎡(약 130평) 규모로 기존 약국과 차원이 다른 스케일에 소비자가 쇼핑카트를 이용해 매장 내 제품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카운터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약국의 틀을 깨고 창고형 매장 방식을 접목한 것이다.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반려동물 관련 제품 등 250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건기식의 경우 소용량 제품군을 구비해 소비자가 부담 없이 여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일반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이 고객의 눈길을 끈다. 창고형 매장의 장점을 살려 대량 구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 덕분이다.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처용 연고나 파스, 일부 진통제는 동네 약국보다 1000~2500원 가량 저렴하다"거나 "건물 주차장은 평일 오후에도 혼잡하니 근처에 따로 차를 세우라"는 식의 후기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약국 본연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상주 약사들이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객들에게 복용법을 알려주고, 고객이 요청할 경우 제품도 추천해준다. 복약지도를 포함해 약사가 직접 판매하는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적법한 형태다. 메가팩토리약국은 오픈 초기 기대 이상의 반응에 당초 계획보다 확장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에 약사 사회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약국에 고용된 약사들의 ‘신상털이’가 이뤄졌다”, “약사회 차원에서 몇몇 의약품 유통업체에 해당 약국으로 잠시 출고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이 돌 정도다. 다이소 건기식 출시 닷새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던 일양약품 사태의 기시감마저 든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최근 약사 회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창고형 약국은 의약품의 본질을 쇼핑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기형적 운영”이라며 “약사의 전문성과 약국의 공공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필요 최소한으로 구매해야 하는 의약품의 충동구매를 조장해 오남용을 유발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형 자본 유입이 지역 약국의 생존을 위협하고 궁극적으로 보건의료체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약사회의 걱정은 일견 타당하다. 창고형 매장에 유통 혁신을 운운하는 것이 과도한 호들갑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다이소 건기식에 이은 창고형 약국의 인기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이번 파장은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소비 인식의 변화와 기존 규제의 경직성이 충돌한 지점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메가팩토리의 등장이 약사 사회에 던진 불편한 질문을 그냥 넘겨버린다면 고객들로부터 더 큰 외면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무조건적인 방어와 규탄에 머무르기 보다 약사 직능의 재정립과 역할 다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안경진 서울경제신문 의료전문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