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검팀(내란 특검)이 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더불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상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전격 소환했다.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특검의 사정 칼날이 ‘계엄 해제 저지 의혹’에 연루된 야권 인사까지 겨냥할지 주목된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서울고검 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국무위원의 조사 권한·의무·역할 등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특검이 소환한 인물들은 국무회의 전후 관계를 진술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특검이 한 전 총리를 불러 조사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하거나 정당화하는 데 협조했는지 여부다.
특검은 한 총리를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 전후의 국무회의 절차와 실질적 논의 여부, 회의 안건 통보 범위와 방식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앞서 경찰특수단 조사는 물론 국회 청문회에서도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라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국무회의라기보다는 간담회 수준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계엄 문건을 사전에 보지 못했고 서명한 사실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앞서 특검 조사에서 “계엄 선포 이후 사후 문건 작성을 위해 한 전 총리에게 연락해 서명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현재 한 전 총리가 문건을 열람하는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은 물론 그가 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정황, 사후 문건 폐기를 요청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한 전 총리에게는 직권남용 방조나 허위 공문서 작성 방조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특검은 참고인 신분인 안덕근·유상범 장관에 대해서도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사전에 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이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조만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불러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계엄 해제 당시 국회 표결을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 야권 인사도 특검의 소환 조사 명단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의 수사가 국무위원들을 넘어 야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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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외환 혐의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향후 수사 대상은 한층 넓어질 수 있다. 외환 의혹의 핵심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명문을 만들기 위해 군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키는 작전을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대통령의 지시였다” “VIP가 북한 발표를 보고 매우 만족했고 무인기 추가 투입을 지시했다”는 등 당시 드론작전사령부 소속 장교들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과학연구소도 최근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잔해와 국내 드론 작전부대 보유 기종이 외형적으로 유사하다는 기술 보고서를 특검에 제출한 바 있다.
드론작전사령부가 계엄 선포 이후 비행 로그 삭제가 가능한 새로운 내부 지침을 만들었다는 부분도 특검이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이다. 국방보안업무훈령상 비행 기록은 2년 이상 보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드론작전사령부는 3월 ‘삭제 가능’ 문구가 담긴 내부 지침을 신설하고 실제로 일부 데이터를 삭제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은 로그 삭제 실행 여부와 기록 은폐 시도까지 조사하고 있다. 무인기 작전을 실행한 김용태 드론사령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예고된 상태다.
비상계엄 전반의 퍼즐을 맞추고 있는 특검은 5일 윤 전 대통령의 2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2차 조사에서는 국무회의 절차와 외환 혐의 전반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소환에 불응할 경우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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