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년 역사를 가진 델몬트푸드가 파산을 신청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통조림 제품의 생산을 크게 늘렸지만 건강한 음식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부채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이에 따른 법적 분쟁을 겪으며 오히려 부채 부담이 늘었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델몬트푸드가 채권단과 협의해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하고 회사 매각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챕터11은 파산법원의 감독 하에 기업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따져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유사하다.
회사는 파산 절차를 밟는 동안 9억 1250만 달러(약 1조 2400억 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했으며 이가운데 1억 6500만 달러는 신규 자금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매각을 진행하면서도 회사 운영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델몬트푸드는 델몬트퍼시픽의 미국 자회사로 통조림 과일 및 채소, '컬리지인(College Inn)' 브랜드의 국물·육수, '조이바(Joyba)' 브랜드 차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델몬트푸드가 뉴저지 파산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회사의 자산과 부채는 10억~100억 달러 규모로 채권자 수는 1만 명에서 2만 5000명으로 추정된다.
그렉 롱스트리트 델몬트푸드 최고경영자(CEO)는 "델몬트푸드의 회생을 가속화하고,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델몬트푸드는 지난해 4분기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재고 과잉과 공급망 문제로 7700만 달러(104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통조림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을 크게 늘렸지만 건강한 음식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재고가 과잉된 영향이 컸다. 여기에 미국 자회사를 구조조정하며 퇴직금과 서비스 비용 등 일회성 비용도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부채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기존 7억 2500만 달러 규모 대출을 새 자회사 델몬트푸드2에 이전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를 짰으나 일부 채권자들이 자산 이전 및 새로운 대출 조건에 불만을 제기하며 법정 분쟁이 발생한 탓이다. 델몬트푸드는 이 과정에서 기존 대출을 리파이낸싱(자본 재조달)하며 연간 이자 비용이 약 400만 달러 증가하고 총 부채가 2000만 달러 늘었다.
델몬트는 지난해 1월 케냐 농장에서 파인애플 도둑을 구타해 여러 차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인권 유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들이 델몬트 농장에서 과일을 훔치자 지나친 무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전 세계에 납품할 과일을 생산하는 '플랜테이션' 농업 기업인 만큼 노동력 착취, 아동 노동 등 인권 침해 논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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