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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단순하게…틀 벗은 공익광고 세상 바꾸죠"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세계적 광고제 상 휩쓴 '광고천재'

모험적 삶 살고 싶어 한국행 선택

'이순신 가림막' 등 500여개 제작

"반전 포스터처럼 공익광고 힘 커

기존 공식 탈피, 변칙적인 것 관심

사회 통념상 '안돼'와 싸우며 작업

청년들, 자기 색깔대로 살아갔으면"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지난달 30일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익광고 제작의 즐거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광고 천재’라는 칭찬은 남들이 안 하는 시도를 한다는, 참신함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물·불·바람처럼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소통을 하려는 저와 가장 코드가 잘 맞는 인물이 바로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입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작한 공익광고로 이름을 알린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영감의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어렸을 때부터 변칙적인 것들을 좋아했는데 광고를 제작하면서도 트렌드나 공식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 것이 달라보였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광고 천재’로 불리는 데는 이 대표의 특별한 이력도 한몫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간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일을 계기로 미국으로 건너가 2006년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츠’에 편입해 세계적인 권위의 광고제를 휩쓸었다. 입학 6개월 만인 2007년 대기오염을 경고한 ‘굴뚝총’ 광고로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원쇼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광고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클리오 어워드’ 동상, 미국광고협회의 ‘ADDY 어워드’ 금상 등 한 해 국제 광고 공모전에서 무려 29개의 상을 싹쓸이했다.

그는 남들이 창의적이라고 말하는 광고는 단순히 남들과 다를 뿐 자신이 광고를 특별히 잘 만들거나 성과가 탁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그저 어떤 문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소화하는 과정이 남들과 다른 것이라며 “아마도 제 내장 기관, 즉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독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07년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 최우수상 수상작. 일명 ‘굴뚝총’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했다. 사진 제공=이제석광고연구소


세계 광고계의 주목을 받은 이 대표는 미국 최대 광고 업체 JWT애드벤처를 비롯해 BBDO·FCB 등 유수의 광고 회사에 영입됐지만 취업한 지 2년도 안 돼 돌연 한국행을 선택했다. 개인 광고 회사를 차리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그는 “기업과 제품을 홍보하는 상업광고보다는 공익광고로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내린 결정이었다”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성과와 승진에 얽매이는 직장인으로 삶과 결말이 뻔히 보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 꿈이 미술선생님이었는데 포기한 것도 같은 이유”라며 “흥미진진하고 모험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다짐대로 이제석광고연구소는 주로 공공기관과 비정부기구(NGO)를 대상으로 환경·인권 보호 등 순수 공익광고를 제작하는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광고만 500여 개. 광화문 이순신 동상 가림막 광고 ‘장군님은 탈의 중’, 울릉도 도동항에 설치된 ‘독도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 서울 집중 현상을 표현한 ‘서울뿐인 대한민국’ 등이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건물 외벽에 ‘한 명을 체포해 수백만 명을 구하라(ARREST ONE, SAVE MILLIONS)’는 문구가 적힌 철창에 갇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포스터를 붙여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대표의 광고는 초중고교 미술교과서에 실릴 만큼 공익성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 대중문화는 글(카피)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시도가 많았는데 말과 글보다는 시각·공간적인 것에 울림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래서 최대한 쉽고 단순하며 직관적인 광고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뉴욕·워싱턴 거리에 붙은 반전 포스터.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아 제작했다. 사진 제공=이제석광고연구소


유명세는 탔지만 공익광고는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영역이다. 왜 돈이 안 되는 길로 가려고 하느냐는 핀잔도 자주 듣는다. 세계적인 광고 회사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공익광고라는 분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2009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뿌린 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반전 포스터를 언급하며 당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광고가 가진 힘을 느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소방관·경찰·의사만이 아니라 공익광고도 충분히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만큼 광고의 힘과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 후반전에 들어섰을 때 무슨 광고를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광고로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를 두고 평가받고 싶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국제 단체들과 함께 공존의 가치를 확산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압사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표지판. 사진 제공=이제석광고연구소


그의 광고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압사 사고 위험을 알리는 안전 표지판은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무료로 제작됐지만 지역 상인들과 지자체의 반대로 결국 철거됐다. 이 대표는 “일례로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장군님은 탈의 중’ 가림막도 처음에는 다소 선정적이라는 공무원들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가 시민들의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자 결국 추진됐다”면서 “아직도 기존 상식과 통념을 바탕으로 한 ‘안 돼’와 싸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각종 규제와 제약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는데 최근 시작한 유튜브 활동도 그의 일환이다. 지난달 ‘공공제안서’라는 이름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그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또 다른 창구다. 이 대표는 “앞으로 숨을 쉬듯 더욱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세상에 꺼내 놓겠다”며 “싱크홀·산불·홍수 등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제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광고 형태로 솔루션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켈란젤로가 죽기 전 완성하지 못한 스케치가 수백 개라고 하는데 제 머릿속에 들어 있는 아이디어 수천 개를 모두 선보이고 싶다”고도 했다.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소재 작업 공간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청년들이 누구나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전했다. 꼭 예술가나 셀러브리티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잘할 수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자기 색깔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일수록 세상에 정해진 틀에 맞추려고 스스로의 캐릭터를 말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자신을 세상에 맞출 것이 아니라 ‘지 쪼대로(자기 마음대로)’ 한 번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독사에게는 독이 있을 때, 젖소에게는 우유가 나올 때, 꿀벌에게는 꿀이 있을 때 매력적이지 그것들이 다 거세된다면 맹물만 남을 텐데 누가 매력을 느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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