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0조엔(약 670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SBG)이 13일 오후 2024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 계획의 실현 및 지속성을 가늠할 핵심 지표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시장이 주목하는 첫 번째 지표는 순자산가치(NAV)다. 이는 보유 주식의 총 가치에서 순부채를 차감한 수치로, 투자한 회사들의 실질 가치를 알 수 있다. SBG은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기업과 달리 투자회사이기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 특히 투자한 기업의 주식 가치 변동에 따라 회사의 손익이 좌우된다. 보유 자산의 기말 평가에 따라 손익이 크게 변하기 때문에 시장에선 SBG의 결산 발표 때 NAV에 주목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SBG의 보유 주식 가치는 약 33조6000억엔이며 여기에 순부채 4조3000억엔을 뺀 NAV는 29조 3000억엔이다.
SBG는 과거에도 NAV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됐다. 2020 회계연도 때는 비전펀드(SVF)의 투자 성과 호조에 힘입어 순이익 4조 9000억엔을 기록했으나, 2022 회계연도에선 위워크 파산 등의 여파로 NAV가 13조 9000억엔까지 쪼그라들었다.
현재 회사의 NAV의 약 46%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 보유 지분(15조 4000억엔)이 차지하고 있으며 비전펀드 관련 자산(28%)과 일본 통신 자회사 소프트뱅크(10%)가 뒤를 잇는다.
두 번째 핵심 지표는 담보인정비율(LTV)이다. 이는 보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나타내며, 재무 안전성과 추가 투자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SBG는 LTV 25% 이하를 ‘정상 범위’로 관리 중인데, 2024년 말 기준 LTV는 12.9%로 비교적 여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손 회장이 올 1월 발표한 미국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는 향후 4년간 총 50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기로 해 SBG의 재무 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SBG는 이 중 10% 가량만 자체 자금으로 부담할 계획이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투자 핵심 자산인 암 주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으로 연초 대비 약 10% 하락하면서 LTV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닛케이는 “기준치인 25%에 근접할 경우, 공격적인 투자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해석했다.
SBG는 최근 AI용 중앙처리장치(CPU) 기업인 암페어 컴퓨팅 인수와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에 대한 추가 출자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5 회계연도에는 최대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는데, 이는 전기 대비 7배 증가한 수치다. 이를 위해 SBG는 암 주식을 담보로 50억 달러를 추가 조달하고, 6000억 엔 규모의 개인 대상 사채도 발행했다. 재무 담당인 고토 요시미쓰 최고재무담당자(CFO)는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재무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 파트너인 오픈 AI가 최근 ‘영리 체제 전환’을 철회하면서 투자 수익 회수 계획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이날 실적 발표에서 SBG 측이 향후 AI 전략과 재무 전략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SBG이 연초 시작한 주요 은행,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과의 자금조달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픈 AI의 체제 전환과 관련한 불확실성과 데이터센터 건설 과잉 우려, 미국의 고율 관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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