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각, 적기 수도권으로 날아오는 징후 포착, 비상! 비상!”
비상벨이 울리고 오산에 있는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aster Control and Report Center·MCRC)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 지역에서 수도권 상공을 향해 미상의 적기가 빠르게 날아오는 것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적 항공기 전개 방향과 전개 대수 등 주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판단하고 경기도 북부 영공을 방어하는 방공포대인 공군 제8979부대를 지휘하는 대대 작전통제소(ICC)로 즉각 전투 대기 돌입 지시를 하달한다. 곧이어 대대 작전통제소는 제8979부대 교전통제소(ECS)에 전투 대기 돌입을 지시한다. “(대대 작전통제소) 00시 00분 ○○에 의한 전투 대기 돌입!”
이에 전투 대기 돌입을 지시받은 제8979부대 교전통제소는 지시 내용을 복명복창하고 전투 대기에 돌입한다. “(교전통제소) 00시 00분 ○○에 의한 전투 대기 돌입!”
전투 대기 돌입 지시 즉시 사거리 40㎞에 달하는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 발사대를 운용하는 작전조원 3명은 비상대기실 문을 박차고 나와 100여 m 떨어진 발사대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가 발사대에 전원을 공급하기 시작한다. “(작전요원) 발사대 유도탄 케이블 연결 확인!”. 천궁 발사대에 전원이 공급되고 누워 있던 발사대가 신속하게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직립하기 시작한다. 1분여 정도 걸렸다.
이후 작전조원들은 발사대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발사대 직립을 마치고 모든 준비가 끝나면 교전통제소로 완료를 보고한다. “(작전요원) 발사대 최종 무장 완료! 원격 준비 끝!”.
보고를 받은 교전통제소는 “(교전통제소) 원격!”을 선언하고 작전조원들은 서둘러 안전지대로 이동한다. 교전통제소의 원격 지시에 따라 발사대는 교전통제소와 연동이 시작되고 발사대·교전통제소·다기능레이다(MFR) 간 연동 완료로 최종 발사 준비를 끝마친다. 천궁 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날아갈 태세를 마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5분 남짓이었다. 모든 조치는 적 미사일과 항공기 등이 군사분계선(MDL)을 넘기 전에 이뤄진다.
오산에 위치한 MCRC에서는 “적 항공기 탐지!” “최종 식별 확인, 즉시 교전!” 등 급박한 구호들이 오가고 교전통제소에 발사 명령이 떨어진다. 발사 단추를 누르면 1.30초 정도 후 하늘로 쏘아져 곧바로 적기를 향해 날아가고 5분여 만에 목표물이 격추된다. 그 순간 MCRC 콘솔 화면 위 빨간색으로 표시된 적기는 사라졌다. 요격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이번 훈련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늘 아래 첫 기지’로 불리는 해발 1463m에 위치한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 2미사일방어여단 예하 제8979부대를 지난 23일 찾았다.
하늘과 맞닿은 기지를 둘러싼 구름은 눈부심을 더했다. 수도권은 20도가 넘는 포근한 날씨였지만 전 군(軍)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그런지 부대 주변 곳곳에 아직도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띄고 강한 바람으로 쌀쌀한 날씨 탓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 부대는 천궁·신궁·발칸 등 중·단거리 대공 무기를 운용하며 유사시 경기 북부, 강원권에 대한 지역 방공 및 미사일 방어 등의 수행이 주된 임무다. MDL과는 약 35㎞ 떨어진 최전방 미사일 방어 부대다.
매일 반복적 훈련은 기본이고 북한의 중·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즉각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불시 훈련이 필요 없을 만큼 실전이 잦은 곳이다. ‘상황’이 걸리면 24시간 동안 3시간 교대로 비좁은 교전통제소에서 비상근무를 하는 식으로 ‘무한 대기’에 돌입하기에 그렇다. 부대원들이 적기 출현 및 적 탄도미사일 대응 작전을 “공백 없는 24시간 작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다.
산악지형 특성상 부대 환경은 다른 부대에 비해 열악하지만 장병들은 최전방·최고도에서 영공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임형섭 제8979부대장(소령)은 “우리 부대 장병들은 내가 이 부대에서 보내는 하루가 우리 가족을,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들을 지키는 중요한 일임을 인식하고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고 있다”며 “언제,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의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다양해지는 적의 공중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할 수 있도록 방공 대비 태세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8979부대는 ‘섬’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땅에서 멀다. 부대 각 시설 이름에 ‘하늘’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간부들이 거주하는 행정 지역과 부대는 20여 ㎞ 떨어졌다. 차량으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굽이굽이 휜 산악 도로를 통하는 탓에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온도 차이도 크다. 가령 행정 지역이 영하 5도면, 포대는 영하 15도 정도이다. 강풍으로 겨울철 체감온도는 평균 영하 30~40도가 유지된다. 꽃이 피는 5월에 눈이 오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 실제 기자도 처음 방문한 이날 매서운 추위와 심한 멀미, 기압 차에 귀가 먹먹한 현상까지 체험했다.
부대는 육군에서 운용 중인 30㎜ 쌍열 대공포 ‘천호’도 최근 기지에 배치했다. 적의 다양한 공중 위협에 대한 부대 방호 임무를 수행한다. 천호는 우리 군이 장기간 운용해온 대공포 20㎜ 발칸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발칸과 비교하면 대공포 구경이 늘었고 파괴력이 강력해졌다. 발칸의 대공 유효 사거리는 2㎞에 못 미치지만 천호의 사거리는 3㎞ 이상으로 1.6배가량 향상됐다. 1분에 최대 1200발을 발사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전술적 활용 가치가 높다는 게 도입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 다양한 공중 위협과 드론, 저공 비행하는 항공기가 위협할 경우 신속하게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체 전자광학추적기(EOTS)를 활용해 주야간 제한 없이 자동 추적할 수 있다. 이외에 국산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 ‘신궁’도 운용하고 있다.
높은 고지에 있는 부대의 특성상 장병들의 생활과 복지를 위해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 먼저 전 장병에게는 방한화, 방한 내·외피, 보온용 비니, 신발용 아이젠 등이 가장 우수한 제품으로 보급된다. 식사는 인근 부대에서 보급받아 국군 표준 식단에 따라 제공하지만 월 1회 이상 가평 읍내 식당 음식을 포장해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또 부대원들에게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주고자 생활관에 2층 침대를 없애고 1층 침대로 개선했다. 일과 이후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지회관과 실내체육관, 무인 군마트를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젊은 장병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체력 단련 시설도 갖췄다. 부대는 실내 풋살장도 설치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풋살장일 것이다. 높은 고지에 위치한 부대 특성을 살려 눈사람 만들기 콘테스트, 썰매 체력 단련 등 부대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생활하는 데 단점을 꼽는다면 타 부대보다 일찍 추위가 찾아오는 만큼 부대는 한파에 대비해 10월 초부터 월동 준비에 돌입하기도 한다. 어떠한 계절적 환경에서도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작전, 기지 경계, 군수, 공병 등 모든 분야에서 동계 작전을 타 부대보다 가장 대비하고 있다.
부대가 너무 높은 곳에 있다 보니 구름 위에 있는 일도 많아 동화 같은 상황일 수 있지만 구름은 작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름 속에 포함된 수분과 산소가 철로 구성된 각종 장비를 쉽게 녹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에 부대원들은 천궁 발사대, 다기능 레이다 등 장비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윤용복 제2미사일방어여단장(대령)은 “공군 제2미사일방어여단은 대한민국 중서부 및 동북부 지역에 배치돼 우리 지역에 배치된 군사시설은 물론 주요 산업시설과 항만 등에 대한 지역 방공과 미사일 방어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인 KAMD의 직접 수행 부대”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양상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교훈을 고려한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적의 어떤 공중 도발도 즉각 응징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영공 방위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