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전격 발표하자 각국은 자국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과 캐나다 등이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대다수 국가들은 향후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자국이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반격·협상·전략적 인내 등 각기 다른 생존 방정식이 펼쳐지는 셈이다.
캐나다 등 "맞은 만큼 때리겠다"
이번 조치로 총 54%의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은 단호한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허융첸 상무부 대변인은 “국제 무역 규칙에 부합하지 않고 관련국의 정당하고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전형적인 일방적 괴롭힘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은 34%의 상호관세에 기존에 부과된 20%를 더해 총 54%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허 대변인은 “미국은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상호관세를 도출했다”면서 “즉시 일방적 관세 조치를 철회하고 무역 상대국과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적절하게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자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기준에 맞는 제품에 대해 무관세 적용을 유지하기로 해 이번 상호관세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전 행정명령에서 펜타닐과 이민자 문제를 이유로 이미 25%의 관세가 부과된 상태다. USMCA에 포함되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는 25%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펜타닐 관세,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자동차 관세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미국이 의약품·목재·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 일련의 조치는 수백만 명의 캐나다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일 이에 대한 대응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10% 관세에 맞서 의회에서 ‘경제적 상호주의법’을 신속히 승인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양자 무역에서 상호주의를 보장하기 위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포함된다”고 했다.
EU, 42조 규모 보복 카드 예고
20%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유럽연합(EU)은 ‘협상 불발 시 보복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의견문을 통해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에 “깊은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EU는 이달 중순을 관세에 대한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해둔 상태다. 협상이 무산될 경우 13일께부터 총 260억 유로(약 42조 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전날 집행위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두 번째 조치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가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보복 조치 패키지를 마무리 중이며 협상 결렬에 대비해 추가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글로벌 경제 현실에 걸맞은 무역 체제 개혁 노력에 기꺼이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 여지도 열어뒀다.
속 쓰린 日 "협정 위반 여부 검토"
불쾌감은 드러내되 추후 협상을 염두에 두고 즉각적인 강경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직격탄을 맞은 일본이 대표적이다. 성공적인 미일 정상회담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대규모 미국 투자로 관세 제외나 관세율 인하 등의 가능성을 기대했던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자동차 관세에 이어 24%의 상호 관세까지 피하지 못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매우 실망”이라며 이번 조치가 미일 무역협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은 다음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를 방문한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 유감의 뜻을 전하고 재검토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만의 경우 32%로 결정된 관세에 대해 미셸 리 내각 대변인이 “매우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미국과 협상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수위가 높은 표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만 관리가 자국의 핵심 안전 보장국이자 무역 파트너인 미국의 조치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중국시보는 이날 ‘TSMC가 괜히 미국에 갔나’라는 제목 기사를 통해 대만 내부의 허탈감을 대변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달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높은 상호관세를 피하지 못한 점을 꼬집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10%의 상호관세에 대해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상호 보복은 더 높은 물가와 더 느린 성장으로 이어지는, 바닥을 향한 경쟁”이라며 “동참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인사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EU에 부과된 20%의 관세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양측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역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합의를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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