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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 치울까 말까"…복도 점령한 택배·쿠팡 프레시백

공용 복도에 방치된 택배·신선식품

아파트·오피스텔 가리지 않고 말썽

소방법 위반이지만 단속 잘 안이뤄져

"관리사무소에서 적극 교육·계도해야"

서울 서대문구 한 오피스텔의 좁은 복도 곳곳에 택배 박스와 개인 짐이 놓여 있다. 장문항 견습기자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근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박 모(23세 남성)씨는 최근 개강을 맞아 들뜬 마음으로 현관문을 나섰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복도에 적치돼 있는 쿠팡 프레시백을 잘못 밟아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것이다.

박 씨는 “이른 아침 집을 나올 때마다 복도에 쿠팡 프레시백·SSG 알비백 등이 발에 채이곤 한다”며 “개인 물건을 문 앞에 두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어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 씨가 거주하는 건물 복도에는 뜯겨 있는 생수병 묶음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쿠팡 로켓프레시, 런드리고, 오늘수거 등 일상에 편리함을 가져다 준 비대면 서비스가 공용공간을 어지럽히고 있다. 새벽 배송이 많아지고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도 용이해지면서 갖은 상자들이 집 앞을 채우거나, 수거돼야 할 물품이 방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진 영향이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소재 복수의 공동주택(아파트·빌라·오피스텔) 공용 복도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적치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서울 은평구의 A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 층마다 회수용 보냉가방과 택배 박스가 2~3층으로 쌓인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15층 아파트 라인 한 곳 전체를 살펴본 바 28세대 중 집 앞에 적치물이 없는 곳은 5곳 뿐이었다. 복도에 대놓고 분리수거함을 배치해 끈적한 음료수가 바닥에 흐르는 곳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복도에 분리수거함, 쓰레기봉투, 배송 물품 등 다양한 물건이 나와 있다. 장문항 견습기자




구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경우 복도 공간이 좁은 만큼 불편함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은평구 B 아파트에 거주하는 송 모(60대 남성)씨는 “여기는 50년이 넘은 아파트라 엘리베이터가 없는데 어두울 때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한켠에 놓인 물품들을 실수로 밟는 경우가 있다”며 “반품박스에 헌옷, 폐품까지 장기간 방치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인근 C 오피스텔 관리소장도 “10년 넘게 관리했지만 특히 팬데믹 이후 비대면 배송이 확대되면서 박스가 곳곳에 많이 쌓이는 편”이라며 “1년에 한 번 소방 점검을 나올 때만 잠깐 치워놓는 학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오피스텔 입구에 관리실에서 작성한 복도 적치물 단속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장문항 견습기자


현행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단속 대상이며 위반 시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용 복도는 피난시설에 해당하는 만큼 개인 짐이 나와 있어서는 안된다.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주기적으로 공용 복도에 적치물을 두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아파트 관리인은 “적치물 관련해 주민 민원이 열흘 전쯤에도 지자체를 통해 들어와 소방에 단속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소방 측에선 ‘사람들이 다닐 수만 있다면 관계없다’는 설명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비대면 서비스 확산으로 배송 물품이 일시적으로 적치되는 것을 강하게 규제하기 어렵지만 장기간 방치될 경우 가연물로서 화재 위험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현행 법령이 계도 목적에 가까워 단속 기준이 모호한 만큼 관리 권한이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 보다 적극적으로 주민 교육이나 계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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