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수십억 불법 도박장 운영에도…처벌은 집유·벌금 ‘솜방망이’

도박장 개설 혐의 기소 지난해 1015건

5년 내 최고치…도박죄도 3092건 급증

반면 양형기준 최고형 ‘4년형’에 불과해

2023년 80% 집행유예·벌금형에 그쳐

엄벌 해야, 도박 중독자 급증 사전 차단





PC방·홀덤팝 등 합법 사업체로 가장한 불법 도박장이 우후죽순 늘면서 지난해 도박장 개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MZ 조직폭력배 등을 중심으로 불법 온라인 도박 개설·운영이 급증하면서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사건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양형기준이 최고 4년에 불과하는 등 ‘솜방망이’ 수준이라 자칫 범죄만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도박장 개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약식기소 포함)은 지난해 1015건으로 2023년(623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만 해도 도박장 개설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한 해 463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000건을 넘는 등 최근 5년 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형법상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도 지난해 3092건을 기록하며 2023년(2041건)보다 1000건 이상 급증했다. 도박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2020년 2741건에서 2021~2022년 다소 줄었으나 2023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들 불법 도박장의 경우 합법적 사업장으로 영업 신고를 하는 등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는 추세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가 지난달 20일 도박장 개설 혐의로 총판 A씨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연 불법 도박장의 경우 구청에는 PC방으로 영업 신고를 했다. 하지만 컴퓨터 모니터에는 카지노 사이트가 떠 있었다. 컴퓨터에 설치된 사행성 게임물 차단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손님들이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총판 A 씨 등이 경기도·충북 일대에서 운영한 불법 도박장만 21곳. 영화에서나 볼 법한 불법 도박장이 PC방으로 포장돼 곳곳에서 버젓이 영업 행위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불법 온·오프라인 도박이 사회 ‘암’적 존재로 부각되고 있지만, 양형기준상 최고형은 4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도박장 개설, 무허가 카지노 개설 등 기본형은 8월~1년 6개월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동종 범죄 전력이 없거나 반성이 인정되면 4월~10월로 감경된다. 동종 누범이거나 수익을 의도적으로 은닉하고, 단속 공무원과 결탁하는 등 가중 요소가 있어야 양형기준은 3년 6개월~4년까지 올라간다. 이는 형법 제247조(도박장 등 개설)에 명시된 법정형인 ‘5년 이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2월 무허가 카지노 개설의 법정형을 7년으로 높이는 관광진흥법이 개정·시행되고 있으나, 죄의 무게를 정하는 ‘저울’인 양형기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허가 카지노 영업 △영리 목적의 유사 카지노 영업 △법 위반 카지노 기구 설치·사용 △허가 받은 전용 영업장 외 영업 등이 처벌 대상으로 개정 전 법정형은 5년(5000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양형기준 자체가 낮다 보니, 온·오프라인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처해지기 일쑤다.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도박·복표(복권)와 관련한 죄로 1심에서 유기징역이 선고된 건 144건으로 전체(1124건) 가운데 12.81%에 불과했다. 반면 집행유예와 벌금형은 각각 393건(34.96%), 506건(45.03%)에 달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도박공간개설·도박공간개설 방조 혐의에 대한 1심 판결문 60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피고인 73명 가운데 49명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3명은 벌금형에 그쳤다.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단 11명에 불과했다. 도박장 개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대부분이 집행유예·벌금형 등 솜망방이 처벌에 처해지고 있는 셈. 최근에도 창원에서 합법적 사업체로 위장해 홀덤펍 도박장을 운영한 부부가 적발됐으나 처벌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이들은 방문자들에게 현금으로 도박 자금을 받아 이를 칩으로 교환해준 뒤 ‘텍사스 홀덤’이라는 도박을 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딜러’ 역할을 하는 7명의 종업원을 고용해 전문적으로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다. 일반 음식점으로 버젓이 영업 신고를 한 뒤 전문적인 도박장을 개설한 중대 범죄였지만 법원은 부부인 B·C 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싱가포르에서는 도박죄에 대해 따로 특별법을 두고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으나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며 “낮은 양형기준으로 처벌마저 집행유예나 벌금에 그치면서 ‘도박장을 개설하다 적발되어도 교도소에 가지 않는다’거나 ‘실형을 선고 받더라도 몇 년 고생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만 퍼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면서 도박장 개설이 늘고, 이는 또 상습 도박에 빠지는 사람들만 늘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인해 치유원이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용한 인원은 3924명에 달한다. 2021년(3195명)과 2022년(3217명)에 이어 해마다 늘면서 4000명선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도박장 개설 등을 강하게 처벌하기 위해서는 양형기준의 상향과 함께 금액별로 형의 무게를 달리 해야 한다”며 “불법 온라인 도박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점차 조직화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형이 중한 범죄단체가입 혐의로 함께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사기죄와 마찬가지로 금액에 따라 형을 차등화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와 같이 범죄단체가입 혐의를 적용해 중형에 처해야 ‘솜방망이 처벌→도박장 개설 증가→도박 중독자 급증’이라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