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야 교육부가 유연학기제를 적용해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죠. 하지만 올해 같은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학칙을 적용할 수밖에 없잖아요.”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린 정부의 제안에도 학생들이 응답하지 않는 가운데, 일부 의대 학장들이 3월 말까지 미등록 시 ‘제적’이라는 초강수를 시사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의대 학장은 교수·학생 등을 상대로 한 공지를 통해 3월 말까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는 제적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재영 연세대 의대 학장은 교수들에게 “이달 24일 이후 추가 복귀 일정은 없다. 학생들이 마지막 시한 내에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달라”면서 등록 후 휴학 시에는 유급, 미등록 후 휴학 시에는 제적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도 “학생들이 오는 27일까지 휴학을 철회하고 복학원을 제출해 수업에 복귀해야 한다”며 “복학원을 제출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비가역적인 미등록 제적 또는 유급 처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휴학 승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학장은 “작년과 달리 올해는 ‘집단행동 휴학 불가’·‘학사 유연화 불가’·‘원칙적인 학사 관리’라는 원칙에 따라 휴학 승인이 절대 불가능하다”며 “수업 방해와 집단 따돌림·괴롭힘 행위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중징계를 할 것”이라고 했다. 편성범 고려대 의대 학장도 최종 등록·복학 신청 마감 기한을 이달 21일로 연기하고 “기한을 넘길 경우 학생들은 학칙에 따라 미등록 제적과 같은 심각한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포함한 서울 소재 8개 의과대학은 논의를 통해 미복귀 의대생에 대해 학칙대로 처리하자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대학은 등록 기한이 넘어서도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제적할 수 있다는 학칙이 존재한다. ‘학칙대로’라는 원론적인 입장이 ‘제적이 가능하다’는 강경책으로 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 외 지역 의대 교수들도 고민이 깊은 것은 마찬가지다. ‘원점 복귀’로 한 발 물러선 교육부 발표 이후에도 학생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이다. 기존 의대생과 입장이 다른 25학번조차 수업에 출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토로도 나온다. 이에 따라 순천향대·전남대·가톨릭관동대 등 의대 학장들은 잇달아 학생들의 복귀를 호소하는 서신을 보냈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간담회를 예정한 대학도 있다.
충청권 소재 의과대학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는 “신입생의 경우 입학 후 1달 동안 수업을 안 들으면 제적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 상황이 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적에 대한 언급은 학칙에 대한 고지·안내의 차원이다. 대학들에 무단 결석하면서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구제해주는 시스템이 없지 않나”며 “(돌아오지 않는다면)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게 될 텐데, 그 전에 학생들이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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