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향후 위법 수집 증거 등이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12·3 비상계엄 수사 절차의 적법성 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법원의 의문 제기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검찰·윤 대통령 측 변호인 사이 법리 싸움의 전선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8일 언론 공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 약 72시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지 52일 만에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대검은 “즉시 항고는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결정했다”며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검사가 즉시 항고하는 게 위헌이라고 본 앞선 헌재의 판단을 언급했다. 헌재는 지난 2012년 6월 27일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검사가 즉시 항고를 허용하는 게 “영장주의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며 전원 일치 위헌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헌재의 결정과 함께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윤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법원 판단에 대한 즉시 항고가 아닌 석방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석방되는 과정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법원이 제시한 구속 취소 사유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앞서 7일 윤 대통령 측이 ‘구속 상태가 부당하다’며 낸 구속 취소 청구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구속 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게 타당함으로 윤 대통령이 구속 기간 만료 상태에서 기소됐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내란죄 혐의 수사 권한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이 독립된 수사 기관으로 법률적 근거 없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 기한을 서로 협의해 나눠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신병 인치 절차로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수사·기소 절차상 문제가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문의 여지를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공수처의 수사 범위, 구속 기한 연장 등 과정이 향후 윤 대통령 재판에서 법적 쟁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인용하면서 ‘재심’ 가능성을 언급하고, 대검이 ‘특수본에 구속기간 산정 등을 본안 재판부에 적극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수본도 이날 “법원의 법리적으로 잘못된 결정에 대해 불복해 이를 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며 “향후에도 같은 의견을 계속 주장·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불법이라 단정하지 않았으나 다소 의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 윤 대통령 측은 위법 수집 증거·기소 적정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죄가 없다는 부분보다, 국가 수사 기관이 법에 어긋난 절차에 따라 증거·증언을 수집하고 또 재판에 넘겼기 때문에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나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해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 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경우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됐을 때에 법원은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