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당국자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러시아의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당국이 이번 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 당국자는 관련 인터뷰에서 “초기 조사 결과 러시아의 방공망이 아제르바이잔 항공기를 공격했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초기 조사가 최종적으로 확인된다면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러시아 부대가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드론인 줄 알고 오인 사격한 것”이라고 했다.
사고 비행기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러시아 그로즈니로 비행하던 중 러시아의 방공망이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드론과 전투를 벌인 지역 상공으로 항로를 우회했다. 승객 62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운 이 비행기는 그러나 알수 없는 이유로 경로가 변경돼 카스피해를 동쪽으로 건너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생존자는 29명이다.
사고 당시에는 추락 원인으로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CNN, 로이터와 유로뉴스 등은 복수의 아제르바이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의 항공보안회사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은 고객사들에 보낸 경고에서 당시 추락 영상, 항공기 손상, 최근 군사 활동 등을 평가했을 때 해당 항공기는 러시아군의 방공망에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맷 보리 최고정보책임자는 “잔해의 영상과 러시아 남서부의 영공 보안 환경을 보면 항공기가 어떤 형태의 대공포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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