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체류 자격 E-9) 최대 상한(쿼터)을 4년 만에 줄이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민간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5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 외국 인력(E-9) 도입 쿼터를 올해 16만 5000명보다 약 21% 줄여 13만 명으로 정했다. 업종은 제조업이 내년 7만 2000명으로 올해(9만 5000명)에 이어 가장 많이 배정된다.
외국 인력 쿼터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5만 명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12만 명, 올해 16만 명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올해 실배정 인원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7만 명(11월 말 기준)에 그쳤다. 경기 침체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내년 민간 외국인 고용 여력은 올해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12·3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 상황이 인력 규모를 정할 때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기 변화와 취업이 가능한 다른 비자의 외국인 활용 증가세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현장에서 외국인 고용이 줄고 있는 신호가 요란했다. 상대적으로 고용 여력이 높고 외국인 근로자가 선호하는 서울의 외국인 고용 사업장은 2022년 3분기만 하더라도 3513곳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2990곳으로 3000개선이 깨지더니 올 3분기 기준 2693곳까지 주저 앉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업황 경기전망지수는 11월부터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지수를 보면 한 달만에 경기 악화를 우려하는 강도는 더 세졌다. 이 상황은 경기후행지표인 고용지표도 더 나빠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미 고용부가 지난달 발표한 사업체노동력 조사를 보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5%(9만2000명) 느는데 그쳤다. 이는 2021년 3월(7만4000명) 이후 43개월 만에 최소폭이다. 장기화된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외국 인력 비중 높은 건설업 고용이 살아나지 않은 결과다.
내년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탄핵 정국의 고용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은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큰 어려움이 예상됐다. 만일 외환위기처럼 탄핵정국이 대외신인도를 낮춰 금융시장 위험으로 전이된다면, 노동시장 충격이 더해질 것으로 우려됐다. 통상 차년도 사업계획을 미리 짠 기업 입장에서는 탄핵 정국이라는 불확실성으로 투자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연구원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을 12만 명으로 전망했다. 올해 18만2000명 보다 34%나 줄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철강, 유화, 2차 전지 등 산업 경기 악화로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대외신인도까지 추락하면, 내년 고용 증가는 10만 명 달성이 어렵고 고용의 질 악화가 동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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