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가 올해 샷 한 번 할 때마다 1만 2240달러(약 1630만 원)를 벌었다. 한 시즌 동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번 상금과 보너스가 무려 6222만 8357달러(약 829억 원). 골프매직닷컴에 따르면 이를 라운드당 환산하면 82만 9711달러(약 11억 원)이고 한 샷당 1만 2000달러가 넘는다. 코스 안에서 1분에 3073달러(약 409만 원)를 꼬박꼬박 챙겨간 셈이다.
시즌은 진작 끝났고 대륙 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25일 개막)은 아직 멀었다. 마스터스와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등 올해 7승이나 챙긴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셰플러는 가장 편한 자세로 올 시즌 모은 돈을 세며 천국이 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바깥의 시선은 돈에 잔뜩 몰려 있지만 정작 셰플러는 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는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내가 그렇게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편은 정말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때문에 그렇게 불어났다. 근데 어찌 됐든 나는 골프를 할 뿐이고 돈은 거기에 따라오는 일종의 선물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가 되고 나서 첫 번째 PGA 투어 대회에 나가서 40등을 했어요. 대학 졸업 2주 만의 일이었는데 그 결과로 3만~4만 달러를 벌었을 거예요. 집에 갔는데 상금이 입금됐다는 문자가 오더라고요. 아내 메러디스를 보면서 ‘이렇게 돈이 들어오는구나’ 하면서 놀라워하던 기억이 있어요.” 셰플러에게는 그때 받은 수만 달러와 올해 모은 수천만 달러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셰플러가 번 돈만큼이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의 캐디 테드 스콧에게 돌아간 돈이다. PGA 투어 캐디는 일반적으로 우승 상금의 7~10%를 고용주인 선수로부터 인센티브로 받는다. 2021년 버바 왓슨(미국)과 결별한 뒤 셰플러와 함께하고 있는 스콧은 올해 수십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스콧은 또 다른 팟캐스트와의 전화 연결에서 “액수가 커지다 보니 회계사를 고용해야 할 정도”라며 웃었다.
셰플러는 전성기 타이거 우즈(미국)의 업적과 자신을 비교할 때마다 “까마득하게 멀었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적어도 캐디가 터뜨린 잭팟에 있어서는 우즈의 케이스와 비견될 만하다. 우즈의 골프백을 멨던 스티브 윌리엄스는 2000년에 뉴질랜드의 스포츠계 인물 중 최고 수입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콧에게 입금되는 돈에 대해서도 셰플러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돈이 오가는 문제에 있어서 나는 어린아이나 다름없다. 담당자가 스콧에게 얼마큼 입금한다고 문자를 보내면 나는 그저 ‘알았다’고 답장하는 게 전부”라고 했다.
126만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셰플러지만 지난달 7일 파리에서 금메달을 걸고 찍은 사진이 마지막 게시물이다. 골프와 아내 메러디스, 교회밖에 모르는 그는 앞코가 다 닳은 낡은 구두를 애용하고 주행거리 30만 ㎞ 이상의 2012년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최근까지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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