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충무로 대한극장이 66년 역사를 뒤로 하고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9월 30일 영업 종료 예정이었지만 그보다 빠르게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면서 대한극장에서 더 이상은 영화를 볼 수 없게 됐다.
앞서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지난 4월 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9월 30일 극장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고, 본보는 단독 기사로 이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대한극장은 한국영화계의 산증인으로, 1958년 1900여개의 좌석을 갖추고 현재 위치인 서울 중구 충무로에 개관했다. 미국 유명 제작사인 ‘20세기 폭스’가 설계한 극장으로 영화를 볼 때 빛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국내 최초의 영화관이었다. 덕분에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대작을 주로 상영해왔고, 2000년 기존 단관 극장을 11개관 멀티플렉스 형태 리모델링한 후에는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늑대의 유혹’ 등의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과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등 성장에 밀려 수년간 적자가 누적되면서 폐업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2008년 문을 닫은 단성사와 명보극장, 2015년 CGV에 운영권을 넘긴 피카디리와 2021년 사라진 서울극장에 이어 끝내 대한극장까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당초 계획보다 리모델링이 일찍 시작되면서 많은 이들이 대한극장 공식 인스타그램에 아쉬움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어릴 때 대한극장으로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던 게 생각난다”며 “추억이 많은 곳이라 꼭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고 썼다.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건물을 공연장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이후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서 흥행한 이머시브 공연인 ‘슬립 노 모어’를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