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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호갱만드는 규제와 싸우는 게 저희 일…”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

2014년 대형마트 영업규제 계기로 탄생

기업 타깃 소비자단체와 달리 정책 감시

“소비자 선택권 침해에 맞서 목소리 내야"

운영난에 무급 봉사…5년째 나홀로 상근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소비자를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드는 규제가 사라질 때까지 싸우는 게 저희 일입니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둔 것도 정책의 최종 관문인 국회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서죠.”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2019년부터 월급을 받지 않은 채 열정과 사명감으로 5년째 일해오고 있다. 컨슈머워치는 2012년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2014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소비자 정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다. 일반적인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교육과 불량 제품 적발, 가격 조사 및 감시 등을 맡지만 컨슈머워치는 오로지 정부와 국회의 정책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그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규제를 없애고 공급자인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면 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진다”며 “주로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여느 소비자단체와는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근 쿠팡 새벽배송 문제(근로자 사망 등)가 사회적 이슈가 됐잖아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또 다른 문제가 뭔가 하면요, 지방의 소비자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아예 이용할 수 없는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지방에는 물류센터가 없기 때문이죠. 이용해본 소비자들은 이게 얼마나 편리한지 잘 알 거예요. 만약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를 풀면 어떻게 될까요. 지방에 있는 대형마트들도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새벽배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규제가 지역 간 생활 격차까지 만드는 것입니다.”

약자 보호 선한 정책, 좋은 결과까지 보장하지 않아


현대차가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 중고차’ 판매가 2023년 10월 24일부터 시작됐다. 용인시 기흥 소재 현대차 중고차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그는 “특정 집단을 보호하거나 배려한 정책이 곧잘 소비자의 편익과 충돌한다”며 “컨슈머워치가 이런 정책을 집중적으로 ‘워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세 서점과 출판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도서정가제,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원유(原乳) 가격 통제 등이 대표적이다. 곽 사무총장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선한 정책이 반드시 좋은 결과까지 낳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형마트 규제로 전통시장을 살리지 못했듯 도서정가제가 출판 시장을 회복시켰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소비자 정책 감시의 최우선적 고려 사항은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 여부라고 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대체재 관계가 아닙니다. 주말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전통시장에 손님이 몰리지 않잖아요. 잘되는 전통시장은 마트에서 볼 수 없는 살 거리와 먹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에요. 영업시간 제한은 기업 규제이지만 결국에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10년 활동의 성과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꼽았다. “정부가 중고차 시장의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음에도 대기업 참여 논란을 우려했고, 대기업도 여론을 의식해 주저하고 있을 때 저희가 나섰죠. 사기당하지 않고 검수받은 깨끗한 중고차를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어요. 저희 활동 덕분만은 아니겠지만 나름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친기업 또는 대기업 단체라는 지적을 받지 않느냐’고 묻자 “그런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친기업 단체라면 기업의 후원이 적지 않지 않을 텐데 부끄럽지만 운영 사정은 완전 딴판”이라고 토로했다.

인플레시대 초저가 치킨 호평… 2010년에는 ‘지역 상권 파괴’ 논란


롯데마트는 2010년 12월 ‘통큰치킨’을 선보인 지 7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연합뉴스


곽 사무총장이 2019년부터 무급 봉사를 시작한 것도 상근 직원을 두지 못할 정도로 운영 사정이 녹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컨슈머워치가 해체 위기까지 맞을 당시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그가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총대를 멨다고 한다. 그는 “한번 해체되면 다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꾸려가려고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지금도 나 홀로 상근 근무하고 있다.

“제가 어떤 문제가 눈에 들어오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민 대표를 맡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의 학부모운영위원장도 맡고 있습니다. 같은 중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동네 주민들이 등을 떠밀길래 나섰죠.”

곽 사무총장은 최근 대형마트의 6000원대 초저가 치킨이 호평을 받은 것에 대해 ‘격세지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2010년 대형마트가 가격 파괴 치킨 상품을 선보였지만 프랜차이즈의 반발과 지역 상권 파괴 논란에 휩싸이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접고 말았다”며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논란이 없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든다”고 했다. 이어 “기업 경쟁을 통한 가격 파괴는 당연히 누려야 할 소비자의 권리”라며 “이런 선택권이 침해될 때 소비자가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돼야 하고 그렇게 만드는 게 컨슈머워치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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