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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에 법정관리 신청도…기업가치 훼손·주주 신뢰 잃어

[오너일가 골육상쟁]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후계구도 불명확할 때 주로 발생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에 리스크

"이사회 중심 경영 투명성 높이고

명확한 성과보상 체계도 확립해야"





#1.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3월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형제가 승리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3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지지를 철회하고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 다시 경영권 향방은 알 수 없게 됐다. 한미-OCI그룹의 통합이 무산된 후에도 형제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자 시장에서는 한미약품그룹을 해외 사모펀드(PEF)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2. 아워홈도 7년간의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삼녀 구지은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후 아워홈은 단체 급식 외에 가정 간편식, 해외 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반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장남과 연합한 장녀 구미현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며 사실상 구지은 전 부회장이 추진하던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장이 추산하는 기업가치는 2022년 2조 원에서 현재 절반 이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일시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들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오너 일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회사에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주로 창업자 세대가 작고하고 2·3세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후계 계획이 명확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한미약품그룹은 임성기 회장이 갑자기 별세한 가운데 자녀들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됐다.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임종윤 사내이사가 10.14%, 임종훈 이사가 10.80%, 임주현 부회장이 9.70% 등을 가지고 있다. 예고됐던 갈등은 결국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며 불거졌다.



한진그룹 역시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지분을 상속 받은 자녀 간 지분율(조원태 6.46%, 조현아 6.43%, 조현민 6.42%)이 비슷해 주도권 다툼을 하며 진통을 겪었다. 금호석유화학그룹도 지배주주 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조카의 난’이 발생했다. 올해 3월 기준 박찬구 회장과 장남 박준경 사장 등 회사 측 지분은 15.5%,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 측 지분은 10.1%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회사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사례도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형인 조현식 고문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동생인 조현범 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실패했다.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뻔한 경우도 있다. 크린랲 최대주주는 지분 76.36%를 보유한 창업주 전병주 회장의 장남 전기영 씨다. 법정관리 신청 당시 대표는 지분 17.33%를 보유한 차남 전기수 씨였다. 차남이 최대주주인 장남의 권한을 제한하고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크린랲은 최근 회생 관리 취소를 신청했고 2주 전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특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기업의 미래를 위한 사업적인 견해 차이보다는 오너 일가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경우 문제가 많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돈이 있으면 자녀들끼리 싸울 수밖에 없다”며 “결국 오너들이 능력 있는 자녀에게 후계 구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나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체제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가족 간 개인적인 갈등이나 세력 싸움이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일 수 있고 회사 경영이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 기업지배구조원장)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가족 경영이 대세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으니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것”이라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되면 가족들은 대주주로 밖에 있으면서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기 때문에 지분 가지고 싸울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단을 통한 경영 관여나 이사회를 통한 지배 등 소유과 경영을 분리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내 경영 성과에 대한 명확한 보상 체계 확립도 경영권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다. 기업의 경영 능력을 강화하고 경영자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속가능센터장은 “전문경영인이든 오너 일가든 경영에 참여했을 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해당 목표를 달성했을 때 제대로 보상이 주어지면 경영 능력이 있는 전문경영인이나 자녀들이 선택에 따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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