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컬리가 있는데 중국 온라인몰에서 신선식품을 사는 날이 올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국내 건설사들이 안방을 빼앗길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죠.”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e커머스의 한국 상륙전을 지켜보던 한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알리바바그룹이 한국에 3년간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는 ‘쩐의 전술’처럼 ‘저가 수주’ 전략으로 중국 등 외국계 건설사가 밀고 들어오면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한국 건설업계의 성벽은 어느 국가보다 견고하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건설사가 후지타(일본), 규슈종합건설(일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중국) 등 단 3곳에 불과하다는 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중 중국건축은 2019년 이후 건설공사실적이 없는 사실상 유령 건설사다. 국내 건설사들이 K건설 마크를 달고 중동의 ‘오일 머니’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국내 건설업체들의 견고한 성벽은 순수하게 기술력으로만 쌓아졌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껄끄럽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해외 건설 수주액 기준 1위 국가는 570억 달러를 기록한 중국이다. 한국은 건설 안전기준 문턱이 높고 산업재해 발생 시 처벌 수위가 강한 국가로 꼽힌다. 이 같은 경영 환경에 외국계 건설사들이 진출을 꺼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할수록 ‘무주공산’인 한국 시장을 넘보는 해외 건설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파트 등 주택의 경우 국산 프리미엄이 있겠지만, 오피스와 물류센터 등 상업용 건물은 얘기가 다르다.
올해 많은 대형 건설사들이 경영 키워드로 ‘안정’을 내세웠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에 따라 부도 건설사가 늘어나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된 여파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 상륙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기에 신사업 발굴 의지마저 실종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단순 저가 공세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역량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건설판 알테쉬’의 공습은 생각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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