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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브로커'와 다른, 고레에다 감독 전율의 데뷔작 '환상의 빛'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칸이 애정하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한국 연출작 영화 '브로커'가 26일(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회에서 첫 상영을 마친 뒤 한국 영화 사상 역대 최장시간(12분)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번 영화로 첫 상업 장편영화에 데뷔함과 동시에 칸 영화제에도 진출한 배우 이지은(아이유)은 박수 소리에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영화 '기생충'의 송강호가 화면에 잡히자 더 큰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강동원과 이주영 역시 환한 미소로 벅찬 기쁨을 만끽했다.

영화 '브로커'가 태어난 이, 아기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작품이라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환상의 빛'(1995)은 죽은 이 그리고 남겨진 이를 향한, 말 없이 어루만지는 위로를 담은 작품이다. 원인 불명의 자살로 남편을 잃은 젊은 여자의 상실감을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서정적 영상미로 담아 깊은 여운과 전율을 전한다.

영화 ‘환상의 빛’ 스틸






유미코는 어린 시절 상실을 한 번 겪는다. 치매 증상으로 가끔씩 짐을 챙겨 고향으로 간다며 집을 나서던 할머니를 어린 유미코는 따라가서 말려본다. 할머니는 늘 집으로 돌아오셨기에 더 강하게 붙잡진 않았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결국 행방불명 되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이쿠오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이따금씩 우연히 꾸는 할머니 꿈이, 문득 생각나는 어린 시절 조각 하나가 유미코를 찾아온다.

세상 성격 좋은 남편 이쿠오와 함께 갓 태어난 아들을 돌보며 소소한 일상을 누리던 유미코는 갑자기 닥친 남편의 상실에 충격을 받는다. 저녁에 비가 온다며 집에 들러 우산을 챙겨가던 남편의 뒷모습이 마지막이었다. 밤 늦도록 남편은 오질 않았고 경찰은 철로 위에서 사체를 발견했다고 조심스레 전한다. 철로 위를 걷다 기차가 와도 피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말에 유미코는 아무 말이 없다.

7년이란 시간이 지나 유미코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사는 한 남자와 재혼하며 다시 행복을 되찾는다. "오늘부터 내가 네 엄마야." 딸까지 생긴 유미코는 무덥고 습한 여름날에도 남편과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며 전 남편 이쿠오는 완전히 잊은 모습이다. 어쨌든 이쿠오는 오래 전 떠났고 일상은 계속 흐른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 이쿠오의 흔적을 발견한다. 누군가의 상여 행렬이 지나갈 때 들리던 방울소리. 이쿠오가 타던 자전거 열쇠에 달려있던 방울소리와 비슷했다. 그 방울소리 하나에 죽은 남편이 다시 생각나버린다. 한번은 궂은 날씨에 배 타고 게 잡으러 나갔던 옆집 할머니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유미코는 또다시 누군가를 잃을까 걱정이 앞선다. 기차 지나가는 소리, 방울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늦으면 걱정되는 마음들. 일상이 흘러 가다가도 불쑥 떠올려지는 상실의 흔적들이 유미코를 툭 건드리고 만다.

방울소리를 따라 이끌리듯 따라가다 보니 집에서 먼 바닷가였다. 남편은 겨우 유미코를 찾아냈다. 파도소리만 들리던 긴 침묵 끝에 아내는 마침내 터뜨리듯 말한다. 이쿠오가 왜 목숨을 끊었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게 된다고. 왜 그랬을 것 같느냐고 남편에게 묻는다. 남편은 물음에 답하기 보단 자기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가 전에는 배를 탔었는데 홀로 바다 위에 있으면 저 멀리 아름다운 빛이 보였다고. 반짝반짝 빛나면서 아버지를 끌어 당겼다고. 누구에게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환상의 빛'은 고레에다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다소 불친절한 영화일 수 있다. 조명을 전혀 쓰지 않아 어둡고 대사 없이 긴 침묵을 전하거나 카메라를 고정해두고 먼 발치서 바라보는 식의 연출이 이어진다. 다만 제목 그대로 빛 만큼은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빛으로 빚어낸 명장면들로 1995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촬영상을 받았다. 같은 해 벤쿠버 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과 이탈리아 영화산업협회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소설가 지망생이던 감독은 영상과 이미지의 매력에 빠져 대학 졸업 후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했다. 고위 공무원의 자살을 다룬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라는 다큐를 만들며 미망인의 상실과 극복 과정에 주목한다. 그때 발견한 책이 바로 '환상의 빛' 원작인 미야모토 테루의 동명 단편집이다. 이 소설에서 출발해 마침내 영화 제작에도 도전하게 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33살에 그의 첫 장편영화 '환상의 빛'을 세상에 내놓으며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20회 낭뜨 3대륙 영화제 '골든 몽골피에'를 수상한 '원더풀 라이프'(1998)가 그의 두 번째 작품인데 여기서부터 연출 스타일이 바뀐다. 핸드헬드 촬영 기법이 자주 등장 한다거나,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대사가 계속 이어지는 식이다. 스타일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고레에다 감독의 초기 팬들은 '환상의 빛'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 칸이 사랑하는 거장의 데뷔를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109분이다.

◆시식평 - 마지막 전율의 10분을 향한 거장의 빌드업에 박수

+요약
제목 : 환상의 빛(幻の光, 1995)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 에스미 마키코, 나이토 타카시, 아사노 타다노부

등급 : 15세 관람가

볼 수 있는 곳 :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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