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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의 생명은 균형… 으뜸은 故 이건희 회장"

사인 디자이너 최귀성 굿사인 대표

기업인·연예인 등 7000여개 제작

처음부터 끝까지 고르게 이어지고

갈수록 밑으로 떨어지는 것 피해야

뭔지 알 수 없는 트럼프 서명 '최악'

최귀성 굿사인 대표/사진제공=굿사인




수 없이 사인을 해 보았지만 특별히 어떻게 써야 할 지 고민한 적은 없다. 대충 이름을 흘려 쓰면 될 줄 알았다. ‘서명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이런 ‘별 볼 일 없는’ 사인을 전문으로 디자인하는 사람이 있다. 최귀성 굿사인 대표가 주인공. 최 대표는 인쇄·광고·디자인 사업을 하다 17년 전부터 프리랜서도 돌아서 사인만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업인부터 연예인, 프로 축구 선수, 연주자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친 사인만 약 7000~8000 개에 달한다.

19일 화상으로 만난 최 대표는 서명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평생을 자신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명은 그 자체로는 미미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나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것”이라며 “밥 먹는 것처럼 중요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직장인들이 받는 서명 스트레스도 한 몫 한다. 악필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서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사인을 할 수 밖에 없을 때는 극심한 부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결제할 때 하는 서명을 보고 상사들이 ‘성의 없다’는 질책을 받는 등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의사나 약사 등 남에게 늘 자신의 서명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좋은 사인이란 예쁜 것도, 화려한 것이 아닌 ‘균형’있는 것이다. 이름이 잘 드러나고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연결되고 안정감이 드는 서명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서명을 할 곳은 줄이나 박스 등으로 정해진 경우가 많은데 삐뚤삐뚤하게 쓰면 보기에도 좋지 않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고르게 균형감을 주는 것이 최고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귀성 대표가 만든 사인들/사진제공=굿사인


사인을 만들 때 포인트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첫 글자. 이를 기반으로 서명의 나머지 부분을 맞추기 때문이다. 글자가 항상 위를 향하거나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도록 배려하는 것도 긴요하다. 때로는 서명 안에 날짜를 쓰고 싶은 경우가 있다. 이때는 선 하나를 일직선으로 하거나 글자를 휘감아 공간을 만들어 놓는 것이 그의 팁이다.

좋은 서명의 본보기로 최 대표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을 꼽는다. 영문으로 써 있는데도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지고 어느 칸, 어느 줄에 들어가도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가수 아이유, 야구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국민타자’ 이승엽 등도 잘 만든 사인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야 사인도 있다. 갈수록 밑으로 떨어지거나 남이 알아보기 힘든 서명은 되도록 멀리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서명. 그는 “전파형으로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게 뭐지’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인을 의뢰 받을 때 항상 사인의 용도를 물어본다. 결제를 할 때와 팬들에게 사인을 할 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용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별과 연령별로도 차이를 둔다. 여성이나 1020세대는 곡선의 흘림체를 통해 부드럽고 예쁘게 보이도록 하지만 40대 이상에는 품격이 드러나는 형태를 주로 권한다고 한다. 국적에 따라서도 다르다. 일본인의 경우 또박또박 쓰는 서명을 좋아하고 미국은 이름 전체를 넣기를 원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인을 많이 만들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한 일본인 할머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를 위해 이름 대신 서명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해오기도 했다.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급하게 의뢰가 들어온 적도 있다. 그의 부탁은 한 가지. 반드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 사인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최 대표는 “간절함이 느껴져 최대한 멋스럽게 하려고 노력을 했다”며 “한 달 뒤 계약이 성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성취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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