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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정책
시대 정신이 탈모·반려동물?...'미래' 없이 '미니'만 있는 대선

40%대 안정적 지지 확보 못하자

李 '소확행' 尹 '심쿵' 공약만 남발

차기 정부 국정방향은 오리무중

"자극적 소재로 인기관리" 비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쇼츠’ 동영상을 통해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왼쪽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탈모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각 당




양대 정당 후보들이 앞다퉈 생활 밀착형 민생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탈모와 눈썹 문신, 반려동물 장례식장에까지 세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후보들의 정책 시야가 자극적인 사안으로 좁혀지면서 대선이 코앞인데도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누구도 4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얻지 못하면서 지지층과 특정 커뮤니티에서 거론되는 사안을 파악해 인기 영합적 정책을 쏟아낸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일 서울 인사동의 한 복합 문화 공간에서 간담회를 열고 “게임이 국민의 보편적 문화생활로 자리 잡게 이용자의 편리와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행사는 문화 예술인 간담회였지만 이 후보는 ‘문화기본권’에 게임까지 언급하며 문화 예술 정책을 게임 분야까지 확장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취약 지지층인 2030세대를 겨냥한 공약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날 ‘반려동물 표준수가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장례식장과 추모 공원, 장묘 설치도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거대 정당 후보들이 게임과 반려동물 장례식 같은 가정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최근 대선 공약으로 줄줄이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윤 후보는 영업 매장에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출입하게 허용하면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윤 후보는 이 같은 삶을 ‘디테일(세심)’하게 도와줄 공약을 ‘심쿵 약속’으로 내놓고 있다. 한강공원에 반려견 놀이터를 만든다거나 혈당 측정기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다. 심지어 건당 700원인 부동산등기부등본도 무료화하겠다고 대선 후보가 직접 나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 후보도 ‘소확행’ 공약을 내놓고 있다. 소재는 더 자극적이다. 우선 1,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탈모인의 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공약을 확정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신’도 합법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심지어 늘어난 배달 이륜차로 잦아진 소음 공해 피해를 없애기 위해 단속 기준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직장인 학부모의 골칫거리인 학교 등하교 ‘교통 봉사’도 재정 지원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는 계획을 냈다.

소확행과 심쿵 약속은 따져보면 우리 생활에 필요한 공약이다. 불법으로 간주돼 거대한 지하경제가 형성된 문신 산업과 학교 등하교 봉사활동 등은 사회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대목은 대선 후보들이 한강공원 반려견 놀이터와 같이 지자체 실무 공무원이 다룰 법한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틈만 나면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미래 먹거리, 사회 통합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인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약의 소재가 생활에 닿아 있고 민감한 소재이기 때문에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목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번 선거가 ‘비전 실종 대선’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 19대 대선 한 달 전인 2017년 4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산업 토대를 튼튼히 하기 위한 중소벤처기업부 신설과 청년 일자리 해결을 1순위로 한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같은 시기 3% 후반 경제성장, 고용률 70% 달성 등을 담은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키는 힘’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윤 후보는 쏟아내는 심쿵 약속과 달리 아직 차기 정부의 미래 비전도 발표하지 못했다. 이 후보도 ‘수출 1조 달러 달성, 국민소득 5만 달러’ 등 비전을 밝혔지만 이후 자극적인 공약을 내놓으며 주목도가 떨어졌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공약은 전반적인 국가 운영 방향과 관련해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며 “두 후보 모두 안정적 지지율이 안 나오니 인기에 따른 공약이 탁상에서 즉흥적, 모자이크 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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