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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12> “美는 싫어도 디즈니·유니버설 좋아”…국내관광 활성화하는 中식 실용주의

■빨라지는 중국 테마파크 굴기

베이징 유니버설의 상징인 지구본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수문기자




최근 중국의 대표적인 테마파크(놀이공원)인 상하이의 디즈니랜드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다. 테마파크 본래의 관광 속성 보다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서다.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전날 이 디즈니랜드를 다녀갔다는 이유로 중국 방역 당국이 핼러윈데이였던 지난 10월 31일 파크를 일시 봉쇄하고 당일 입장객 3만4,000여명 전체를 ‘감금’한 상태에서 밤새도록 핵산 검사를 진행한 것이다. 코로나 발생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상징이 된 사건이었다. 이 소식을 전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디즈니랜드 폐장을 알리는) 불꽃놀이가 터지는 가운데 방역복을 입은 요원들이 코로나 검사를 하는 기묘한 광경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디즈니랜드는 중국 방역 당국이 대규모 핵산검사를 진행하고 공원을 폐쇄한 지 이틀 만에 재개장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오히려 “(신속한 방역으로) 셧다운 이틀 만에 개장하면서 세계에 깊은 인상을 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31일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일시 봉쇄된 상태에서 방문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있다. /AP연합뉴스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해프닝은 중국 테마파크 산업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서도 어쨌든 중국 테마파크 산업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테마파크 산업은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테마파크 방문자와 매출이 전년의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관광산업의 축소는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제 시작단계라고도 할 수 있는 중국에서 타격은 더 컸다. 중국은 새로운 테마파크의 건설과 국내관광 활성화로 이를 타개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국민소득 향상에 따라 중국 각지에 테마파크들이 세워지는 중이다. 중국산 테마파크의 상대적으로 낮은 질적 수준은 외국계 테마파크들을 유치하면서 만회하려는 계획이다. 2016년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와 올해 9월에 개장한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 또 2024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레고랜드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9월 개장한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개장 석달 만에 베이징 시민들의 버킷리스트로 등장했다. 이는 우리 교민들도 마찬가지다. 경험자들은 한국내 테마파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미국 2곳과 일본 오사카,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다.

일단 평원이 많은 베이징의 특성상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는 베이징 중심가에서 동남쪽으로 한 시간 거리 정도의 퉁저우구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가장 인기가 있는 해리포터를 비롯해 쿵푸팬더, 트랜스포머, 쥬라기월드, 미니언즈 등 할리우드 영화와 캐릭터를 소재로 한 7개 테마 구역과 호텔, 식당, 쇼핑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테마파크 입장권 가격은 요일에 따라 418∼748 위안(약 8만~14만원)으로 결코 싸지 않는 데도 손님으로 인산인해다.

현재 1단계 공사로 규모 1.8㎢가 완공됐다. 향후 2.2㎢를 추가할 계획이다. 호텔만 해도 현재 2곳이 있는데 향후 5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팬데믹에서 풀려 테마파크가 정상화 될 경우) 내년에 유니버설은 매일 10만명의 방문자를 확보해 8만명 수준인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유니버설의 퍼레이드 모습. /최수문기자


중국 테마파크의 시초로 간주 되는 것은 지난 1989년 화차오청(화교성) 그룹의 투자로 광둥성 선전에 세워진 ‘진슈중화’라는 곳이다. 어트랙션(놀이기구) 보다는 중국 자연을 모형으로 만들어 관광명소화한 것이다. 화차오청 투자의 ‘환러구(환락곡)’가 1998년 역시 선전에서 문을 열면서 그나마 제대로 된 테마파크 시대가 시작됐다. 테마파크라는 것은 결국 여유시간과 자금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그 국가의 경제력을 반영한다. 비슷한 테마파크가 선전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이유다. 이는 선전이 개혁개방의 상징으로서 당시로서는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하는 혜택을 본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3,000개 내외의 크고 작은 테마파크가 있다고 추정된다. 중국테마파크연구원 등이 펴낸 ‘2021년 중국 테마파크 경쟁력 평가보고’에 따르면 그나마 면적 600무(약 40만㎡) 및 총 투자금 15억 위안(약 2,800억 원) 이상의 대형 테마파크는 총 87곳이다.

이 중에서 실적 집계가 가능한 64곳의 2020년 총 방문자는 6,769만 명, 매출은 94억8,000만 위안에 불과했다. 이는 방문객이 전년대비 50.4%, 매출은 49.9% 각각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 테마파크 30여년의 역사에서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테마파크는 주로 상하이와 광둥성 등 동남부 지방에서 시작됐다. 동남해 연안이 개혁개방을 통해 먼저 경제를 발달시켰고 또 온난한 기후가 테마파크 운영에 절대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중국 테마파크 운영기업의 대표 주자는 베이징 환러구를 운영하는 화차오청, 창룽(장륭), 팡터 운영자인 화창팡터(화강방특), 하이창, 융촹 등이 있다.

중국 테마파크 산업는 2016년을 고비로 일변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바로 그해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면서다. 디즈니랜드는 ‘중국 특색’에 갇혀 있던 중국 테마파크 산업에 국제 표준을 가져다 주었다. 여기에 올해 개장한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선풍적인 인기다. 또 선전과 상하이의 레고랜드가 지난 8월과 11월 잇따라 착공식을 갖고 공사를 시작했다. 이들 레고랜드는 모두 오는 2024년까지 완공될 계획이다.

레고랜드까지 완성될 경우 중국은 세계 3대 테마파크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런 3대 테마파크를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 뿐이다. 중국이 테마파크 산업에서도 G2에 도전하는 셈이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모습. /AFP연합뉴스


물론 한계는 있다. 중국 테마파크 업계에서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같은 외국계 회사들이 테마파크 산업을 장악하는 데 대한 불만이다. 유니버설 이전에 베이징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였던 환러구는 유니버설 개장과 함께 ‘찬밥’ 신세가 됐다. 미국과 중국의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 이런 테마파크들이 미국계 자본으로 건설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인들이 심정적으로는 ‘반미’지만 미국의 테마파크는 열광하는 셈이다.

물론 이런 상황도 중국 특유의 ‘시장을 내주고 기술을 얻는다’는 인식의 테마파크 판이라고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관련된 주제가 중국 전체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인기를 얻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철통 방역의 상황에서도 베이징 유니버설 공사 근로자와 가족들을 위해 미국으로부터의 특별 전세기를 허가하는 배려를 하기도 했다.

결국 문제는 중국내 소비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은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전세계 관광 과정에서 2,55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액수다. 중국내 관광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커들은 세계 각지를 돌면서 대체지를 찾았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이런 소비 수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맥킨지는 “중국내 잇따른 테마파크 건설은 이런 소비를 국내에 유치하려는 중국 당국의 목표와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중국관광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 디즈니랜드 방문자는 2018~2019년 상하이 전체 관광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이 기간 동안 관광 부분에서 매년 6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집계됐다.

상하이 레고랜드를 상징하는 레고 조립들. /바이두


중국내 건설되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레고랜드는 한국 테마파크 산업에도 시사점을 준다. 과거 2010년대 중반까지 우리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등에는 중국인 관광객(유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유커 때문에 어트랙션을 즐길 수 없다는 우리 국민들이 불만이 쏟아졌을 정도다. 물론 테마파크 운영사들은 많은 수입을 올렸다.

유커들이 한국 테마파크에 쏠린 것은 공교롭게 시기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평균 소득은 올라갔는데 즐길거리가 중국 내에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 테마파크 산업에도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2016년 7월 중국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내 배치를 핑계로 유커들의 한국 여행을 제한, 금지했다. 이른바 한한령이다. 우리 테마파크를 가득채웠던 유커들은 어느순간 사라져버렸다.

반면 중국에서는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2016년 6월 개장한다. 중국인들이 국내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테마파크를 만나게 것이다. 이에 더해 베이징에서 유니버설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여행에 목마른 중국인들의 욕구를 일정 부분 채울 수 있는 상황이다. 거꾸로 그동안의 5년여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잊게 만들 수도 있는 기간이다. 중국 방송들은 한국 관광지에 대한 소개를 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일단 완료된 상황에서 사드 보복이 마무리되고 한한령이 풀리더라도 과거처럼 유커들이 한국 테마파크에 몰려들 여지가 줄어든 것이다. 우리 테마파크 산업은 새로운 경쟁력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테마파크와 함께 종종 언급되는 카지노 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중국은 마카오 카지노에 대해서도 억압정책을 쓰고 있다. 카지노 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중국인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인천 영종도 등지에서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붐이 일었는데 이것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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