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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배분 왜곡 포퓰리즘 度 넘어…일자리 만드는 '생산적 복지' 절실" [청론직설]

■ 이종화 차기 한국경제학회장(고려대 교수)

선심 공약, 단기 성과에 집착해 미래세대에 부담 떠넘겨

"집 팔아서 세금 내라" 발언 무책임…징벌 과세 벗어나고

차기 정부, 기술혁신·인재양성 통해 잠재성장률 높여야

경제·정치학회 공동으로 새 정부에 정책과제 제안서 낼 것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인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지속 가능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생산적 복지'가 절실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대 대선을 100일가량 앞두고 여야 후보들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선심 공약을 쏟아낼 뿐 미래 비전과 정책에 대한 토론은 외면하고 있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내정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지속 가능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생산적 복지’가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방만한 복지 체계를 개편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면서 “차기 정부는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해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대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공약을 어떻게 보는가.

△현 정부 들어 소득 불평등이나 자산 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불평등 해소 차원에서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소득을 나눠주자는 방안은 문제가 많다. 표를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되더라도 1년이 아니라 10년 이상 이어질 정책인지 의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일자리 문제도 말만 무성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늘릴 것인지 해답을 찾기 어렵다. 최근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복지 혜택을 무작정 늘리면 근로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인식도 부족하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선 국면에서 포퓰리즘 공약이 판친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표를 얻기 위해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공약이 도를 넘고 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하고 재원 확보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경제 정책은 확실하게 예산으로 뒷받침되고 효과 검증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당장 표가 된다고 해서 모두에게 1억 원을 나눠준다고 생각해보자. 당장 득표에는 좋을지 몰라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등 자원 배분 왜곡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재원 대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 짐만 지우는 정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대선 판이 가열될수록 포퓰리즘 공약이 더 쏟아질까 걱정스럽다.

-대선 후보들이 노동 개혁이나 연금 개혁 등을 외면하고 있는데.

△후보들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노동 개혁이나 연금 개혁을 적극 추진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코로나19를 맞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 노동 개혁의 적기였다. 노동 시장 유연성을 확보해 누구나 자유롭게 회사를 옮길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생산적 복지’ 구조를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업무 능력을 키우고 근로 의욕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역할 확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코로나19에 따른 후유증을 해결하고 기술 발전에 뒤처지는 사람들을 챙기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써야 한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사업이나 통화 가치의 안정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정책은 피해야 한다. 불평등 문제도 효율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개인의 욕망과 경제 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오히려 경제 발전을 해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을 평가한다면.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초기부터 국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라는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시행해본 뒤 바꿔나가면 된다고 강변했다. 이미 정책 방향을 바꾸거나 발을 빼기도 어렵게 됐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중한 일자리를 없애고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현 정부 들어 성장률은 하락하고 소득 분배는 악화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기업 규제 등은 경제 성장과 분배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자산 분배의 불평등을 키웠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와 경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이상 이념에 얽매인 낡은 프레임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부동산 세금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는데.

△1가구 1주택자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돈을 풀어 집값을 올려놓고 세금만 왕창 때리니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집 팔아서 세금 내라’는 정책 당국자들의 주장처럼 무책임한 얘기는 없다. 잘 살고 있으니 세금을 더 많이 내라거나 전체 국민 중 2%만 부담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당국의 인식은 더 큰 문제다. 이래서 ‘징벌적 과세’라는 소리가 나온다. 이런 세율 인상은 자원 왜곡을 초래하고 국민 갈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세금을 거둬 정말 유익하게 쓰겠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차기 정부는 당연히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 부채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국회 예산정책처는 오는 2040년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데도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심성 사업이 급증하고 있다. 국가 부채가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이자를 갚기 위해 국채를 너무 많이 발행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돈을 마구 찍어내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게 된다. 국가 부채 비율이 100%에 이르면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금융·외환 시장 불안정이 초래되고 자금의 해외 유출도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했는데.

△경제 성장 측면에서 신뢰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서로 믿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자본이 뒷받침돼야 공동체 이익도 가능하다. 정치권이 당파성과 이념에서 벗어나 편 가르기를 중단해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정을 지출해야 하는가.

△정부 지출이 비(非)생산적이라면 차라리 세금을 깎는 게 훨씬 낫다. 정부 지출은 국민들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성장과 분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일자리를 늘려나가야 한다. 고령층 직무 훈련을 강화하고 육아 휴직이나 출산에 대해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 고령층 취업률이 높아졌지만 세금으로 쏟아부은 일자리에 불과할 뿐이다. 불필요한 분야의 지출을 줄이고 투자와 근로 의욕을 높이는 데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도로나 교량, 항만, 교육 시설 등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정부 지출은 생산성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미래 세대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내년 우리 경제 상황을 전망한다면.

△일단 세계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 한국도 내년에 3.3% 성장한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이다. 하지만 산업·기업 간 격차는 외려 더 커질 수 있다. 플랫폼 산업의 비대화나 양극화 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물가는 더 큰 문제다. 내년까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평균 3%만 올라도 일반 국민이 느끼는 충격은 훨씬 클 것이다. 정부가 방만한 돈 풀기를 멈춰야 한다.

-내년 우리 경제를 좌우할 최대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미국이 금리를 예상보다 더 빨리, 더 자주 올릴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에 의존하는 금융 시장의 변동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지적처럼 썰물 때가 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주가와 집값이 떨어지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 자금의 대규모 이탈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도 우려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도 더 심해질 것이므로 국가 차원에서 정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국가의 존망이 달렸다는 인식을 갖고 경제와 안보 문제를 함께 챙겨야 한다. 내 편 돌려막기 인사에서 벗어나 유능하고 쓴소리를 하는 전문가를 등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래야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국민의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 급변하는 무역 환경에서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벤처기업과 혁신 중소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차기 정부 출범 초에 연금·노동·교육·금융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부가가치세나 양도세 등 세금 문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필요하다. 정치 지도자라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교육과 노동 시장 문제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갖춰야 한다. 경제 살리기와 통합이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학회 차원에서 차기 정부를 위한 정책 제안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내년 3·9 대선이 끝나고 인수위원회 출범 전에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제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제학회뿐 아니라 정치학회·경영학회·사회학회 등 여러 학회들이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와 미래 먹거리에 대한 학계의 조언을 담을 계획이다.

He is…

1960년 강원 태백에서 태어나 황지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1993년부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지역협력국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경제학회 수석부회장인데 내년부터 이 학회의 차기 회장을 맡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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