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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탐사 대상서 산업화 무대로···우주청 만들어 5차산업혁명 주도를” [청론직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누리호 발사 뿌듯하지만 성능 처져, 발사비 낮춰야 경쟁력

스페이스X가 파괴적 혁신 이끌어, 엔진 10회 이상 재사용

20년 후 우주산업 규모 5조달러…우리가 10% 차지해야

내수시장 작아 기업 주도 어려워, 국가가 우주산업 지원을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가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주가 탐사 대상에서 산업화 무대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II)가 지난달 21일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을 때 많은 국민은 우리나라가 드디어 우주 강국의 대열에 진입했다는 생각에 감격했다. 비록 마지막 3단 비행 구간에서 문제가 생겨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내년 재발사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항공우주학계의 원로인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환호성만 지를 수 없었다. 국제 경쟁력을 가진 우주 발사체를 만들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주는 그동안 탐사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산업화의 무대로 바뀌고 있다”면서 우리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마지막 남은 산업화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지니어와 우주 관련 기업들을 이끌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우주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누리호 발사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주 발사체를 우리의 힘으로 개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지난 2013년 발사한 나로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이지만 1단 액체로켓은 러시아의 안가라 로켓을 그대로 사용했다. 누리호가 순수한 우리의 설계 기술로 개발한 첫 번째 우주 발사체다.

-발사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가.

△발사체 기술은 1940년대 초에 어느 정도 완성됐다. 나치 독일이 개발한 V-2 로켓엔진의 구조가 누리호 엔진과 거의 같다. 지금은 제조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효율적인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것은 발사체 자체 기술은 물론이요, 정밀기계·정밀화학·재료·전기전자·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종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제조업경쟁력지수(CIP)를 보면 한국이 152개국 가운데 독일·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산업 선진국인 한국은 경쟁력 있는 발사체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서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게 어려운가.

△발사체의 주요 임무는 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이다. 발사체가 싣고 간 위성을 궤도에 올려야 비로소 발사체 발사국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한 번에 성공하는 나라는 없다. 이번에 궤도에 올리지 못한 이유를 분석해 내년에 재발사하면 아마 성공할 것이다.

-누리호 위성을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린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발사체를 슬림화해야 한다. 누리호는 너무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살이 많이 쪘다는 얘기다. 뱃살 무게만 50㎏인 사람에게 100m 경주를 시킨 셈이다. 누리호 발사까지 돈이 많이 들어갔다. 국민 세금을 들여 여기까지 온 만큼 더 이상 실패는 있을 수 없다. 그런 생각 때문에 파이프 두께도 1㎜면 충분한 것을 1.5㎜로 두껍게 만들었다. 모든 것을 이렇게 하다 보면 발사체가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발사체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가.

△처음 만들어본 것이니까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제반 성능이 너무 많이 처진다는 점이다. 누리호는 위성의 무게가 1.5톤으로 중하급 사이즈다. 현재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발사체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콘9 발사체다. 이 발사체는 무게 15톤 정도의 위성을 태양 동기 궤도에 올릴 수 있다. 로켓엔진의 가장 중요한 성능 지표는 무게 대비 추력이다. 팰콘9의 멀린 엔진은 무게 대비 추력이 184인데 누리호는 80에 불과하다. 멀린 엔진은 추력이 조절되는데 누리호는 안 된다. 멀린 엔진은 1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누리호는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어떻게 발사체 슬림화를 해야 하는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무게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항공우주 비행체를 설계할 때 1차 목표는 슬림화다. 누리호 엔진은 현재 하나 만드는 데 500만 달러 정도 든다는 소문이 있다. 스페이스X의 팰콘 엔진 제조에는 25만 달러가 채 들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누리호 사업을 시작한 2010년 이후 11년 동안 고가의 예술품을 제작하고 있을 때 머스크는 값싼 공산품을 만든 셈이다. 머스크는 한술 더 떠 발사체를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는 한 번 쓰면 버린다. 발사체 개발 목표가 상업화라면 이런 식으로 우주 선진국들의 전철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현재 1.5톤 무게의 위성을 태양 동기 궤도에 올리는 가격은 국제 시세가 2,000만~3,000만 달러 정도 된다. 누리호로는 제반 운영비를 모두 합치면 1억 달러 정도 들지 모른다. 이대로는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지속 가능한 발사체 산업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발사체를 궤도에 올린 다음 오는 2030년 달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가 발사체 개발 계획을 세울 때부터 목표는 달 탐사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024년 머스크의 항성 간 이동 우주선인 스타십을 이용해 우주인 달 착륙을 계획하고 있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30년 달에는 많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0.6톤짜리 무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는 것은 코미디다.

-경쟁력 있는 발사체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할 일이 뭔가.

△산업화를 이뤄 우리의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만약 우리 손으로 만든 로켓의 시원한 발사 장면을 보는 게 목표라면 나로호나 누리호 발사로 이미 달성했다. 산업화가 여의치 않으면 지금이라도 사업을 접어야 한다. 지금 당장 우주 기술 개발 정책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수립해야 한다.

-우주산업화를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세계는 지금 우주산업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이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X가 혁신의 주체다. 모든 변화의 시발은 저렴한 발사체 가격이었다. 발사체를 싸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재사용까지 가능하게 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순간 기존 우주산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미국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합작해 만든 ULA(United Launch Alliance)의 델타4, 유럽의 아리안5, 일본의 H2 로켓은 모두 경쟁력을 잃었다. 누리호도 따져보면 머스크가 일으킨 혁신에 파괴될 수밖에 없다. 누리호를 발사하기까지 10여 년 동안 머뭇거리다가 세상이 이렇게 바뀐 것이다. 누리호까지는 모르던 발사체 기술을 배우는 차원이었으니 그것으로 제값을 했다. 앞서간 나라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야 한다.

-파괴적 혁신은 산업혁명 때 나타난다. 우주산업도 산업혁명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나.

△지금 우주산업은 파괴적 혁신의 태동기에 있다. 발사체 산업만이 아니라 인공위성 산업도 스페이스X의 저렴화 기술에 초토화되고 있다. 반면 스페이스X의 성공에 고무된 전 세계의 도전적인 젊은이들이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주산업이 인류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엄청난 시장을 창출하면서 제5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다.

-5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우주산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일종의 로켓엔진 항공기다. 스페이스X가 예상하는 스타십의 운항 시간은 미국 뉴욕~영국 런던이 29분이다. 로켓엔진 항공기의 한 좌석 가격이 10만 달러이고 1년에 500만 명가량 이용한다고 예상하면 5,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생긴다. 우주 태양광발전은 지상 태양광발전에 비해 장점이 많다. 밤낮을 가릴 필요가 없고 대기에 의한 에너지 감소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주 태양광의 효율이 지상 태양광에 비해 7배 정도 높다. 지구 궤도에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올려놓을 수도 있다. 특히 공해산업을 궤도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면 탄소 중립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차기 정부가 우주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주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주요 기반이 우주 발사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중량의 위성을 우리가 원하는 때에 우주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우주산업화를 주도하기 어렵다. 국가가 기업가적인 마인드로 발전을 유도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우주산업 전반을 담당하는 우주청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엔지니어와 관료, 항공우주연구원 조직이 하나로 뭉쳐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 또 제3자적 시각을 가진 전문가위원회가 우주 프로젝트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시험 결과를 평가하게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미국·러시아 등 앞서가는 우주 강국들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우주 시대를 주도할 수 있을까.

△주도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적당한 몫만 차지하면 된다. 지난해 미국의 CNBC는 2030년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1조 4,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예측에는 우주 태양광이나 우주 자원 채취 등은 빠져 있다. 20년 후의 우주산업 규모가 5조 달러라고 하면 그중 10%만 차지해도 5,000억 달러가 된다. 머스크는 순전히 자기 자금 투자로 우주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기술 강국인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 우주는 그동안 탐사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산업화의 무대가 됐다. 우리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He is…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오스틴주립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항공우주학회·한국복합재료학회·한국무인기시스템협회 등 국내 저명 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미국항공우주학회(AIAA) 석학 회원(Fellow)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으로 부임해 나로호 및 아리랑 3·5호 위성 발사 성공을 이끌었다. 현재 방위산업추진위원회 민간위원, 룩셈부르크 국가우주자문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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