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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에 암호화폐 지급"…이재명 파격, 통화질서도 흔드나

부동산 개발 이익 기초자산으로

전국민에 지급…청년표심 정조준

"정부주도 가상자산, 너무 앞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부동산 개발에서 나온 이익을 기초 자산으로 해 전 국민에게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지급하는 것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가상자산을 만들어 유통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새로운 통화 수단을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거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청년 표심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읽히지만 정부 주도로 가상자산을 만들어 유통시키겠다는 것은 기존의 통화 질서를 흔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당의 대선 후보가 중앙은행 등과의 논의 없이 너무 파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행사에 참석해 “지금은 디지털 자산(가상자산)과 관련해 쇄국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못 들어오게 하니까 모두 월담해 다른 데 가서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을) 보유·거래하는 사람이 수백 만에 이르는데 문제는 결국 외국의 가상자산·코인들이라는 것”이라며 “현재 상태로 계속 굴러가면 국민은 외국 가상자산과 경쟁해야 한다. 그러면 국부가 유출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가상자산을 만들어 유통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자본시장에서는 가상자산 활성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정부 주도로 만들고 그것을 또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식의 ‘분배 정책’이 자칫 기존 통화 질서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주요 국가도 가상자산 시장은 민간의 영역에 맡겨두고 있다. 대신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시험하는 수준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라면서 “한은도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보고 있는데 가상자산을 만들어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은 질서를 흔들 수 있는, 너무 앞서간 생각 같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명표 암호화폐'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한은도 與도 당황


비트코인 광풍이 불던 지난 2017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발언 등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코인 투자자들은 이를 ‘박상기의 난’으로 부른다. 이후 가상자산은 문재인 정부 내내 화폐로 인정받지 못한 채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시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국가 주도의 가상자산 시장 형성을 공언한 것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하고 2030세대의 표심을 잡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활성화는 좋은데 방법이 너무 앞서간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린다. 가상자산 과세를 오는 2023년까지 늦추고 공제 한도 역시 상향하겠다면서 정부와 맞서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정책 혼선은 더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①국가 차원 활성화…중앙은행과 충돌 예고=이 후보는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에 대해 “가상자산, 그거 하면 안 된다, 청년 위험하니 막아야 한다는 논의가 훨씬 많지만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상자산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물교환할 때 화폐가 만들어질 때랑 비슷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가상자산을 통화의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기술혁명 시대에 새로 열리는 가상자산 시대를 외면하지 말고 우리의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만들도록 정치·행정 영역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을 사실상 화폐로 활성화하겠다는 얘기로도 읽힌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보편적 통용력’의 기준을 놓고 용인하기 어려운 대선 공약이 나온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했다. 가상자산이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납세, 손해배상, 보상, 채무 상환 등에 활용이 가능해져야 한다. 이 후보가 국가 주도형 가상자산이라는 개념을 내놓은 만큼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활용도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CBDC는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탄생한 가상자산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어떤 의미이고 어떤 의도인지는 파악을 해봐야 한다”며 “가상자산은 이제 시작 단계로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접근할 뿐 내재가치가 없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②개발이익 전 국민에 가상자산 지급…현실성 있나=이 후보의 가상자산 발언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8일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 후보는 “블록체인 기반의 전 국민 개발이익 공유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개발이익을 가상자산으로 만들어서 국민에 기본적으로 나눠주면 가상자산 시장도 활성화하고 개발이익을 국민 모두와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발행 주체다. 이 후보가 주장하듯 가상자산을 화폐로 인정해 통용력을 높인다 해도 코인의 발행 주체가 다를 경우 시장의 혼란은 커질 수 있다. 국내의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자고 발행 주체를 CBDC로 한정할 경우에도 호환성에 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발행 주체를 단일화하는 것 자체도 블록체인이라고 할 수 없어 개념 이해가 안 된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③文과 차별화 골몰…與도 당황=이 후보의 발언에 민주당 내부적에서도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공제 한도 상향에 초점이 있다”며 “후보의 발언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당에서 검토하는 여러 공약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고 경계했다. 앞서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어떤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논의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시장도 활성화하고 제도권 안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송영길 대표 측의 제안을 후보가 수용한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지율 하락에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 공급과 투자를 언급한 뒤 이번에는 가상자산을 통화 수단으로 삼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현 정부 가상자산 정책에 반기를 들며 득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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