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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반쪽 ‘이념 외교’ 낙제점…北·中 눈치 그만 보고 ‘영토주권’ 지켜야” [청론직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 4년 對중국 외교정책, 역대 정부 중 가장 수치스러워

중국에 ‘몰빵’하는 안일함 안 버리면 ‘제2요소수 사태’ 재연

포커 비유하면 미·중·일·러·북 비해 우리 ‘패’가 최고 좋아

차기정부, 쿼드 참여하고 국익 우선 초당적 新전략외교를

주재우 경희대 교수가 10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안보협의체 참여 등의 전략적 외교로 중국의 패권 확장 시도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문재인 정부 4년여 동안 대(對)중국 외교를 돌아보면 그렇게 수치스러운 적이 없었다 싶을 정도입니다.” 중국 전문가인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국제정치학)는 “현 정부가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힌 외교에 집착하다가 중국의 주권 침해적 발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위협이다 아니다 입씨름이나 하는 한심한 나라가 돼버렸다”고 개탄했다. 한반도 주변 외교 안보 지형을 ‘포커 판’에 비유한 주 교수는 “지금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유리한 패를 쥐고 있는데도 편향된 시각으로 반쪽만 보다가 국익을 훼손했다”면서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국익을 우선하는 초당적 외교를 해야 한다”면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안보협의체 등에 참여해 새로운 전략적 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일 주 교수를 만나 갈수록 패권적 행태를 노골화하는 중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물었다.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 전회)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에 변화가 생길까.

△6중 전회는 중국 공산당이 차기 권력 구도와 글로벌 패권 전쟁 대응 전략을 결정하는 중대 회의다.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것이고, 시 주석이 천명한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목표와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목표에 걸맞게 미국에 대한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한 비전도 제시될 것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중 패권 전쟁이 더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1992년 한중 수교 당시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시 제1차 북핵 위기(1993년)를 목전에 두고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커지면서 북방 정책의 일환으로 한중 수교가 이뤄졌다. 한반도 통일이라는 목표를 전제로 성사된 수교인 만큼 중국의 역할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당장 최근의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를 보라. 중국 시장에 변수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탓이 크다. 원자재·에너지의 수급은 영원불변할 수 없다. 그런데도 중국만 믿고 요소수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해왔다. 다른 자원들의 중국 의존도도 너무 높다. 중국에 ‘몰빵’하는 안일함을 버리지 못하면 여기저기서 ‘제2 요소수 사태’가 터져나올 수 있다.

-우리가 먼저 한중 관계를 조정하면 손해는 없을까.

△중국은 이미 우리에게 가혹한 ‘사드 보복’을 가한 적이 있다. 엄청난 경제 제재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사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고 대중 무역 흑자도 대폭 감소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전략적 변화를 꾀하지 않고 중국의 태도 변화에도 둔감했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허튼 기대감에 우물쭈물하다가 손실을 키웠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 /이호재기자


-중국의 가혹한 보복에 어떻게 맞서야 했나.

△우리 정부는 중국 눈치 보기에만 너무 급급했다. 더 큰 문제는 사드 보복 이후 우리는 의사 결정을 하기 전에 중국을 먼저 의식하는 악습관을 길렀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차츰 중국은 안하무인·유아독존의 태도로 한국을 대하는 습성이 생겼다. 이런 중국과 공존하려면 한반도의 생존과 발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전략적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새로운 전략적 외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패를 잘 써야만 판돈을 쓸어올 수 있는 포커 판에 비유해 보겠다. 일단은 지금 미국·중국·러시아·일본 4강국과 북한에 비교하면 우리가 쥔 패가 가장 좋다.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협력 관계이며, 일본은 역사 갈등을 제외하면 우방이고, 러시아는 무난한 관계이다. 반면 포커 판의 나머지 나라들은 서로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은 패를 들고도 우리는 그동안 이념에 젖은 외교로 기회를 잃었다. 다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안보협의체 구성으로 한국이 상종가를 칠 기회가 온 만큼 철저하게 국익을 우선하면서 전략적 게임에 임해야 한다.

-미중 갈등 격화는 우리에게 위기인가, 기회인가.

△문재인 정부가 주변국의 신뢰를 상실해버리는 바람에 우리의 외교적 입지는 굉장히 축소됐다. 미중 양국으로부터 이런저런 압박이 많은 지금을 위기라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요즘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가 상종가를 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잘 타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필리핀-믈라카해협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이 중국에는 최후의 방어선, 미국에는 최전방 방어선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턱밑에 위치한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를 활용해 외교의 지평을 넓힐 전화위복의 호기를 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평가한다면.

△부동산 대책 실패 등으로 경제정책에 낙제점을 주는 평가가 많다. 외교 역시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신뢰를 다 잃은 데다 4차 산업혁명과 우주·가상공간 분야 등 미래 사회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하나도 하지 않고 임기를 허비했기 때문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가 10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안보협의체 참여 등의 전략적 외교로 중국의 패권 확장 시도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우리 외교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세계는 미래를 향해 빠르게 변모하는데 편향된 이념으로 반쪽만 보다가 국익을 훼손한 것이다. 외교에서는 국익을 극대화하면서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이념에 경도된 외교를 추진하다 보니 북한이 쏜 미사일을 놓고 위협이다, 아니다로 나뉘어 싸우는 지경이 됐다. 이런 나라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

-차기 대통령이 대중국 외교를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가.

△중국은 매우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 국가이므로 척을 질 수는 없다. 한미 동맹이 중요하지만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우리의 실익도 많다. 중국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주권국가로 우리의 정체성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하늘의 ‘방공식별구역(KADIZ)’과 바다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등 영토주권과 관련되는 문제를 우리의 ‘레드라인’으로 중국에 제시해 이를 어기는 침범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이웃 국가로서 중국은 어떻게 봐야 하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중국이 평화롭고 융성한 시기에는 우리에게 좋은 나라였다. 조공 관계가 수평적이고 우호적이었다. 반대로 중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조공 질서가 경직돼 수직적 관계로 변하곤 했다. 앞으로도 중국이 안정적으로 번영하는 나라로 간다면 한반도와 평화롭게 공존하며 발전을 모색하게 되겠지만 중국이 대내외 위기에 직면하면 한반도를 압박하거나 복속시키려 들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적인가.

△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미중 충돌은 더 격해지고 길어질 것이다. 지금 중국이 우리를 거칠게 대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돌이켜보면 문재인 정부 기간 한중정상회담과 외교 당국자 간 만남에서 중국은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는 듯한 망발을 거침없이 내뱉곤 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과 외교장관·국가안보실장의 면전에서 어쩌면 모욕감을 느끼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발언을 일삼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4년여 동안 중국의 오만함은 우리 외교사에서 그렇게 수치스러웠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하게 할 정도로 고약했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

△해법은 세계경제와 중국 경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앞서 요소수 문제를 언급했지만 에너지·자원 외교에서 특정 국가와 지역을 과도하게 믿고 의지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외교를 다변화해야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데 그동안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급속히 부상하는 나라인 중국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자체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한국에 대한 공급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 뻔한데도 우리 정부나 기업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왔다. 수입처 다변화를 말로만 하지 말고 자원 외교를 아프리카·중남미·동남아 등 제3세계로 확대하는 등의 실질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가 10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안보협의체 참여 등의 전략적 외교로 중국의 패권 확장 시도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중국 자본의 한국 진출이 부쩍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시장의 경우 포장 배달과 사채 시장까지 중국계 조선족 자본에 의해 이미 장악됐다. 이들 사이에는 중국 조폭 조직인 ‘흑사회’가 깊숙이 개입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자본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침투다. 드라마 ‘지리산’에는 200억 원가량의 중국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작 드라마와 블록버스터 영화는 이제 중국 자본 없이 제작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개발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북핵 억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미연합훈련이 중요하다. 2017년 한미연합훈련 당시에는 북한 지휘부 핵심 시설을 파괴하는 실무장 폭격 훈련까지 실시했다. 강력한 실력 행사를 통해서만 북한과 중국에 상당한 위협을 가할 수 있고 한미 동맹의 굳건한 결속을 과시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핵우산’이 어디 있겠는가.

He is…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교 1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해 웨슬리언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가안보정책연구소와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에서 연구위원을 지냈다. 2003년부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의 정치·외교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을 위한 미중 관계사’와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을 펴낸 그는 최근 중국의 패권적 대외 정책에 경종을 울리는 책 ‘극중지계(克中之計)’ 출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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