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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소나무가 품은 '캠퍼스 안식처'…70년 된 사택 '옛모습 그대로'…공간을 담으니 공감이 담겼다

[연세대 법인본부]

한개 큰 건물 대신 4개동으로 나눠

석재·나무 등 마감재로 차분함 더해

주변 자연환경의 일부분 인 듯 설계

1950년 된 지어진 사택 일부만 보수

구·신축 어우러져 오래된 마을 연상

천장에 창 뚫어 채광·개방감 극대화

직원 등 실제 이용자들 쾌적함 만끽

연세대 법인본부 전경. /사진 제공=남궁선 사진작가




연세대 법인본부 건물을 만나는 길은 하나의 여정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을 나서 연세로를 따라 걸으면 술집과 밥집이 즐비한 대표적인 대학가의 풍경이 펼쳐진다. 경의선 철도길 너머 연세대로 진입하면 독재 정권 시절 주요 민주화 운동 장소였던 백양로를 만나게 된다. 다시 10여 분을 걸으면 20세기 초반 지어진 언더우드관을 지나고 학교 정원인 청송대를 산책하다 보면 소나무 흙길 사이로 석재와 나무·유리로 조각한 건물을 마주친다. 연세대 법인본부 건물이다.

연세대의 대표적 녹지 공간인 청송대에서 바라본 연세대 법인본부 모습. 주변 환경과 융화되도록 석재와 나무·유리를 활용해 건물을 마감했다./ 사진 제공=남궁선 사진작가


<나무 군락 속 ‘작은 마을’>

연세대 법인본부는 연면적 1,852.52㎡의 건물로 옛 평형 기준으로는 500평가량 된다. 비교적 작은 건물임에도 건축물을 설계한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물 매스(덩어리)를 4개로 분할하는 선택을 했다. 한 개의 큰 건물을 짓는 대신 4개의 작은 건물 군락을 만들어 건물이 줄 수 있는 위압감을 줄이고 주변 환경과 조화시키기 위해서다.

건물을 둘러싼 청송대는 소나무 등이 무리를 지어 자라는 학교의 안식처와 같은 공간이다. 공부를 하다 지친 학생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려 안간힘을 쓰는 취업 준비생들이 잠깐의 휴식을 위해 청송대를 찾는다. 건축가는 이와 같은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는 건축물을 만들기 바랐다. 건물을 4개 동으로 나눈 뒤 각 동의 외장 마감을 달리해 하나의 자그마한 마을 같은 느낌을 줬다. 마감 소재로는 석재와 벽돌·나무·유리·동판을 활용해 차분함을 더했다. 청송대에서 연세대 법인본부를 바라보면 마치 건물이 주변을 둘러싼 자연환경의 일부분인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주변 환경과 조화되는 건물을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결정은 땅의 높낮이를 인위로 조정하지 않은 것이다. 일반적인 건축 과정에서는 건축 부지를 고르게 수평으로 만든 뒤 그 위에 건물을 짓게 된다. 반면 연세대 법인본부는 굴곡이 있는 부지 위에 있다. 건물은 얼핏 보면 수평으로 자리 잡은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좌·우측 벽의 높낮이가 다르다. 앞에서 보면 2층이었던 것이, 건물 뒤로 돌아가 바라보면 1층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건물을 만드는 과정은 지난하지만 그 결과물은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남다르다.

연세대 법인본부 중앙에 위치한 오래된 사택. 주변에 수십년 된 대왕참나무와 은행나무가 있다./사진 제공=남궁선 사진작가


<70년 된 사택과 주변 나무까지 보존>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중심 과제는 ‘보존’이었다. 건축설계 당시 부지에는 오래된 대왕참나무와 은행나무가 있었고 지난 195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사택이 자리했다. 사택의 옛 주인은 학교 설립자 H G 언더우드 선교사의 손자이자 연세대 이사를 지낸 고 원일한 박사였다. 전통이 살아 있는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계승하기 위해 학교는 건물을 남기기로 했다.



건축가는 사택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내부 목구조 보강 등 일부 보수 작업 외에는 건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내부 벽난로를 남겼고 외부 석재 또한 유지했다. 사택 옆의 오래된 석축(돌로 쌓아 만든 옹벽) 또한 그대로 뒀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 연이어 있게 되면 부조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새로운 건물 외관이 벽돌과 어두운 색상의 유리로 돼 있어 오히려 시간을 두고 비슷한 건물 여러 채가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옛 건물을 중심으로 전통을 계승한 건물 여러 채가 차례로 지어진 오래된 마을 같은 인상이다.

부지 내 수목을 그대로 남기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현재 사택 앞에는 수십 년된 대왕참나무와 은행나무가 있다. 이들은 사택이 연세대 법인본부로 거듭나기 이전에도 같은 자리에 있던 것들이다. 학교는 이들을 그대로 남긴 채 공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오랜 시간과 추억이 깃든 나무는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공사 과정상 뿌리를 뽑을 수밖에 없는 일부 수목은 옮겨 심은 뒤 공사가 끝난 후 제자리에 다시 심었다. 수많은 이들의 추억이 적층돼 가는 캠퍼스라는 공간의 특성을 이해하고 건축에 반영한 학교와 건축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연세대 법인본부 내 대회의실. 천장에 창을 내 개방감을 극대화했고 십자가 모양의 등을 설치해 학교 정체성을 살렸다./사진 제공=남궁선 사진작가


<창을 크게 내 하늘과 소통하다>

주변과의 조화, 옛 전통의 계승에만 신경을 쓰면 자칫 건물의 실용성을 놓칠 수 있지만 건축가는 법인 사무처 직원 등 건물의 실제 사용자들이 건물 내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장치를 뒀다. 우선 창을 크게 내 채광을 신경 썼다. 건물 어느 부분을 가도 큰 창이 나 있어 햇빛이 자연스레 들어온다. 창은 주변 환경과의 연결 고리 역할도 한다. 창을 통해 보이는 주변 소나무 군락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건축이자 작품이 된다.



건축주의 요청을 건물에 반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법인 사무처가 이전에 이용하던 연세대 핀슨관은 내부가 협소해 큰 대회의실 공간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건축가는 이를 감안해 대회의실만을 위한 건물을 새로 지었고 학교 임원들이 둘러앉을 수 있는 정사각형의 공간을 만들었다. 천장에는 창을 내 채광과 개방감을 극대화했고 그 아래 십자가 모양의 등을 설치해 학교 정체성을 살렸다. 회의실 아래에 서면 회의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건물 전반에 걸쳐서는 ‘연결’과 ‘개방감’을 중심 개념으로 삼고 내부 공간을 설계했다. 건물 1층 일부 공간에는 건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문이 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건물을 둘러싼 정원과 연결된다. 2층을 이루는 대부분의 공간에는 오픈형 테라스가 있다. 건물 어디에서나 자연환경과 연결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설계를 맡은 최 교수는 “건물의 실질적인 이용자들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들여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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