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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에우르(EUR)





이탈리아는 1937년 로마 교외 서남쪽 테베레강 부근에 신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당시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년)는 파시스트 집권 20주년이 되는 1942년에 만국박람회를 이곳에서 개최해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신도시를 완공하지 못했다. 결국 박람회 개최는 불발됐고 파시스트 정권도 붕괴했다. 전후 새 정부는 인공 호수 중심의 이 지역을 관청과 문화관, 성당, 고층 건물 등이 들어서는 로마의 부도심지로 개발했다.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전철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이 신도시가 에우르(EUR)다. 라틴어 ‘Esposizione Universale Romana(로마만국박람회)’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난 무솔리니는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친 뒤 한때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극우 정치인으로 변신해 파시스트 정당을 만들었다. 이어 ‘로마제국의 영광을 재연하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쿠데타를 일으켜 21년 동안 광기의 통치를 했다. 에우르 곳곳에는 무솔리니와 파시즘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하얀 대리석 건물들은 파시스트의 유산으로 알려졌다. 독특하게 오각형으로 된 신도시 부지 모양에는 ‘모두를 위한 하나(One for the All), 하나를 위한 모두(All for the One)’를 지향한 파시스트 사상 체계가 반영됐다고 한다. 이곳의 대표적 건물 치빌타는 ‘사각형 콜로세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현재 유명 패션 브랜드 ‘펜디’가 사용하고 있다. 로마문명박물관·노동문명궁 등도 이 당시 만들어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30~31일 이틀 동안 에우르 라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라누볼라 컨벤션센터는 2016년에 완공된 최신식 건축물이다. 주요국 정상들이 이곳에서 기후변화 및 코로나19 등의 전 지구적 재앙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 선언 지지를 호소했다. 정치적 재앙인 전체주의가 초래한 큰 상처를 되짚어보면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 등의 헌법 정신 수호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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