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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리츠는 왜 그림을 뒤집었고, 그게 왜 위대한가?

게오르그 바젤리츠 14년만의 국내 개인전

유럽명문 화랑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전

퐁피두센터 회고전 출품한 최신작 선보여

독일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가르니호텔' 연작 중 '방해하지 마시오'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서울




독일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가르니호텔' 연작 중 'Einzelzimmer, Einzelbett'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서울


의자에 앉은 사람이었다. 한참을 보고서야 걸터앉은 의자의 윤곽이 보였고 팔을 모으고 앉은 그의 어깨와 머리, 나중에는 조금 나른하게 뜬 눈과 고요한 입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눈길이 머물렀던 곳은 그의 야윈 다리와 발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한 번 보이기 시작하니 품에 안긴 강아지, 두 사람 사이의 희미한 다른 사람 등 더 많은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똑바로 그려야 잘 보인다’는 고정관념을, 거꾸로 그린 그림을 통해 완전히 뒤집어 놓은 독일 화가 게오르그 바젤리츠(83)의 최신 회화인 ‘가르니 호텔’ 연작이다. 현대회화의 살아있는 신화라 불리는 바젤리츠의 개인전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서울에서 11월27일까지 열린다. 지난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 이후 14년 만의 국내 개인전이다.

작가의 명성도 드높지만 이번 전시를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30년 전통의 유럽 명문 화랑 ‘타데우스 로팍’이 서울 분관을 열고 처음 선보이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신작을 준비한 바젤리츠는 그 중 12점을 지난 6일 개관한 타데우스 로팍 서울로 보내왔고, 일부는 프랑스 파리 국립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로 보냈다. 퐁피두센터는 “(우리 미술관이) 독일 예술가의 평생 화업(畵業)을 철저히 다 보여주는 첫 전시”라는 소개와 함께 20일(현지시간)부터 바젤리츠의 대규모 회고전을 개막한다. 뜻깊은 전시에 출품한 최신작을 서울 관객이 먼저 보게 됐다. 그만큼 한국 미술계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개인전으로 개관한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갤러리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서울


독일의 작업실에서 작품과 함께 한 게오르그 바젤리츠.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서울


바젤리츠는 직접 방한하지 못하는 대신 “세계 곳곳의 이미지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한국과 독일에서 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사람들 사이에 전해진다. 이곳(독일)의 예술과 그곳(한국)의 예술은 두 개의 거대한 기념비다. 서로 비교될 수는 없지만 웅대한 그런 기념비”라면서 “오늘날 비행기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그림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는 말을 전했다.

바젤리츠는 1938년 독일 작센주의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한스 게오르그 케른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동독의 조형예술대학을 다녔으나 ‘정치사회적 미성숙’이라는 이유로 쫓겨났다. 미술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1957년 서독으로 옮겨갔고 고향을 버리지 않았음을 선언하듯 동네 이름 ‘바젤리츠’를 본명 대신 쓰기 시작했다. 1964년 베를린에서 열린 그의 첫 개인전은 ‘풍기문란’이라는 죄목으로 경찰이 출동했고 그림 몇 점이 압수됐다. 분단 상태였던 독일은 그림 경향도 갈려 있었다. 동독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서독은 ‘서정적 추상주의’ 식으로 극명하게 달랐다. 젊은 바젤리츠는 추상에 저항이라도 하듯 노골적인 구상화를 선보였고 스캔들이 됐다. 동·서 양쪽에서 기존 화단의 부조리를 경험한 작가는 “회화는 회화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그림으로 보여줬고, 급기야 1969년 ‘뒤집힌 나무’부터 작품을 뒤집기 시작했다. 그림만 뒤집은 게 아니라 고정관념을 뒤엎었고 미술사에 도전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이 개관전으로 기획한 독일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개인전 '가르니 호텔' 전시 전경.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서울


“거꾸로 된 이미지는 더 잘 보일 뿐이며 곧바로 보는 이의 눈을 향하게 된다.”

바젤리츠는 결국 자신이 배운 구상과 추상 모두를 아우르는 동시에 저항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이뤄냈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그는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로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1980년대에 유수의 전시를 누비며 전성기를 달렸고, 1995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첫 미국 회고전이 열렸다. 80세가 되던 지난 2018년에는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고, 2019년에는 이탈리아 베니스 아카데미아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최초의 생존예술가가 됐다.

노장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 출품작은 지난해부터 시도한 ‘찍어내기’ 기법으로 제작됐다. 같은 크기로 두 개의 캔버스를 준비한 다음, 그린 그림이 마르기 전에 다른쪽 빈 캔버스에 찍어서 완성하는 방식이다. 처음에 그린 작업은 제작도구에 불과했으므로 파괴된다. 화가는 필요에 따라 두세번 거듭 찍기도 하고 물감을 뿌리는(드리핑) 등 완성도를 높인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거장의 노력 덕분에 툭 불거진 뼈마디를 상상하게 하는 눅진한 물감자리, 50년간 화가의 뮤즈가 된 아내 엘케의 ‘늙은 존재감’에 대한 아련함도 감지된다. 결정적으로 찍어낸 그림은 아래위를 뒤집은 그림의 '좌우를 다시 반전’한 것이니 또한번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그렇게 바젤리츠는 재현과 해석, 실존과 부재, 기억과 상상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그림 한 점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이유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가르니 호텔' 연작 중 'Schwarze mit Lemone'. 이례적으로 그림을 뒤집지 않고 인물을 가로로 눕혔다.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서울


이번 개관에 맞춰 방한한 타데우스 로팍 대표는 “요셉 보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즈메리 도날드 저드, 마르셀 뒤샹 등 역사적 작가들부터 레이첼 존스, 멘디 엘사 등 90년대생 젊은 작가들까지 다양하게, 기존 작품 외에도 미공개작과 최신작들을 서울 공간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작가들을 만나고 있는데 50~60대 작가들이 동시대 세계미술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 흥미롭기에 발굴해 소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드로잉 '무제'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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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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