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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청년팔이’ 공약, 이젠 안 통한다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경기가 나빠질수록 청년들은 무한 경쟁으로 내몰린다. 구직난이 심각한 시기에는 어김없이 각종 경연대회나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고 주목 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100여 년 전 대공황기 미국 대도시에는 ‘댄스 마라톤’이 성행했다. 춤 실력과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춤을 춘 우승자에게 거액의 상금을 주는 방식이었던 탓에 대회에 참가한 젊은 남녀가 수십일 동안 춤을 추다 쓰러져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극한 경쟁의 시대상은 시공간을 넘어 오버랩된다. 최근 국내에서 서바이벌 경연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현상도 대공황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경연이 참가자에게 도약의 기회를 주지만 이를 실제 거머쥐는 것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또 다른 경연장으로 밀려난다. 취업에 실패하거나 자영업을 하다 폐업한 청년들은 절대다수의 경연 탈락자와 다를 바 없다. 요즘 최대 화두인 ‘공정’은 소수의 우승자를 가리는 도구가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나머지를 구제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청년 문제는 어렵다.

역대 정부마다 내놓았던 청년 대책들은 낙제점에 가깝다. 이명박 정부는 직업훈련과 단기 일자리 나누기에 청년 관련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청년 고용률은 바닥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전시성 사업으로 대통령이 직접 1호 가입자로 나섰던 ‘청년희망펀드’가 3년 만에 중단됐다. 현 정부에서 올 들어 나온 특별 대책이라는 것도 ‘청년 격차 해소’ ‘미래 도약’처럼 꾸밈말만 요란할 뿐 새로울 게 없는 종합 선물 세트 수준이다. 몇 번째 청년대책인지 횟수를 세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정책 실효성에 대한 기대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 공감도가 낮은 이유는 다수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생계나 근로 환경 문제 해결이 절박한 청년들은 결코 소수집단이 아니다. 20대 가운데 서울·수도권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거나 고졸인 비율만 따져도 70%가 넘는다. 일상이 고단한 청년들의 나지막한 호소는 공정과 같은 높은 톤의 담론에 쉽게 묻히는 게 현실이다. ‘공시족’이나 대기업 취업준비생의 공정과 좋은 일자리 요구는 일견 정당해 보이나 생계 걱정 없이 온전히 취업 준비만 하는 게 소원인 수많은 아르바이트 근로자에게는 공허할 뿐이다. 수도권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성토는 지방 어느 작업장에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를 되뇌며 땀 흘리고 있을 노동자에게는 딴 세상 얘기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철에는 으레 청년이 호출당한다. 정치권의 무수한 레토릭이 표심을 향해 쏟아지겠지만 그동안 반복됐던 ‘청년팔이’ 공약을 거듭 환영할 청년은 없다. 표심 변화는 바닥 정서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헤아리려면 허리를 굽히고 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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