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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03> "놀러 가라" 정부 선동 메아리만…미래전망 불투명에 젊은층 소비 줄여

■중국 경기회복 가로막는 내수 부진

국경절 연휴가 한창인 지난 3일 아이를 안은 한 남성이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광장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국경절 연휴(1~7일)가 한창인 중국에서는 하루 종일 “놀러 가라”는 선동적인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중국중앙방송(CCTV) 등 관영 매체에서는 잇따라 특집방송을 내보내면서 관광과 소비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앙지였던 후난성 장자제가 새로 단장했다면서 인파가 몰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다. 외국인 출입이 금지된 신장위구르나 티베트의 풍경 소개도 단골 프로그램이다.

지방으로의 여행이 이어지며 최근 베이징 시내는 일부 관광지 외에는 한산하다. 코로나는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중국에서 관광과 애국주의를 결합한 이른바 ‘홍색 관광’도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올해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2주년 되는 해로 건국 기념이라는 점에서 관련된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지난 달의 소비 쇼크 때문이다. 난징·장자제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에 따른 지역 봉쇄, 빅테크와 사교육 등 규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소비 심리도 위축됐다. 내수가 빈혈에 빠지면서 지난 8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에 그쳤다. 작년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0.5%였으니 코로나19 패닉에 따른 기저효과 소멸 때문도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국을 덮친 최악의 전력난의 영향에 9월 지표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에서 회복되면서 올초 반짝 활발했던 소비가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들이닥치기 직전 중국의 평균 소매판매 증가율은 8% 내외였다. 중국이 6%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8% 내외의 소비 증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갑자기 식은 국민들의 심리에 깜짝 놀란 중국 정부는 소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는 도시 봉쇄를 엄격히 해야 하지만 현재는 이것도 다소 느슨하게 푼 상태다. 지난 7월 난징과 장자제의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봉쇄의 결과가 8월 지표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소비가 늘어날까. 중국 경제의 3대 버팀목인 투자와 수출, 소비 가운데 소비가 한참 뒤처지는 상황이다. 소비는 국민들의 심리 요인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시중 유동성이 많더라도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 중국이 그렇다.

코로나19 재확산 등 전방위적인 충격은 연중 최대의 관광시즌인 이번 국경절 연휴에도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 중국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올해 국경절 연휴 첫날인 지난 1일 철도와 도로, 항공 등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한 중국인은 6,302만명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10월 1일보다 30.0%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같은 날짜보다도 3.1% 감소했다.

앞서 지난달 있었던 중추절 연휴(9월 19~21일)도 비슷했는데 당시 사흘 동안 중국 국내 관광객은 8,816만 명으로 2019년의 87.2% 수준이었다. 이 기간 관광 수입은 2년 전의 78.6%에 머물렀다.

지난 1일 중국 상하이의 와이탄 옆 도로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다만 소비 수준이 예년에 못미친다는 것이 관광업계 반응이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상대적 내수 부진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중국 14억 인구가 전세계 인구에서 차지한 비중은 18.2%다.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GDP 가운데 16.4%였다. 소비는 더 적었다. 중국인의 최종 소비금액 가운데 전세계에서의 비중은 12.4%에 불과했다. 중국인들은 있는 돈도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중국인의 생활은 개발도상국의 전형이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자는 것이다. 이른바 ‘개혁개방’ 40여년은 중국인들의 부의 축적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현지에서 만나는 중국인 개인들은 보면 모두 열심히 일한다. 덕분에 ‘세계의 공장’이라는 명성까지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의 소비 수준을 선진국에 비해 낮다.

다만 이런 일반론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중국 경제가 마주한 문제가 선명히 보인다.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 개개인은 가난하다는 전형적인 국가자본주의의 모습이다.

대표적인 이유로 사회적 불평등을 들 수 있다. 중국의 지수계수는 지난 2008년 0.491로 최악을 기록한 후 지난해 0.468로 다소 줄었다. 다만 이는 국제적으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은 0.32다.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곳에서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국에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강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부의 축적에 대한 견제가 없어서다. 어느 나라나 자산의 대표주자는 부동산인데 중국은 특히 심하다. 중국에는 보유세와 상속세가 없어 부동산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더라도 세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부동산은 자동적으로 대물림이 된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구조다.



보유세가 없는 이유를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중국식 사회주의 원칙상 토지가 국유인 것에서 이유를 찾는다. 일반 국민이 보유하는 것은 (국가 소유인 토지 자체가 아니라) 토지의 사용권이다. 이런 사용권이 집값으로 거래된다. 사용권에 보유세를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식이다.

전반적으로 중국에서는 세율이 낮은 데 지방정부들은 모자라는 재원을 토지 판매(즉 사용권 판매)로 충당한다. 토지를 헐값에 수용해서 비싼 값에 헝다 같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판다. 토지에 붙는 세금이 늘어날 경우 판매가 줄어들고 재정난을 부를 수 있어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부동산을 보유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계급’이 나뉜다.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측은 높은 임대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기타 소비 여력이 없다. 물론 부동산을 갖고 임대료를 받는 부자들도 소비를 늘리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소비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독재 시스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세기 이후 중국에서는 정변이 많았다. 개인들로서는 ‘현금’을 갖고 있는 것이 살아남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역시 적극적인 소비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 중국의 도시는 어두운 것으로 악명높다. 거리에 가로등이 없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컴컴하다. 어두운 밤에 집밖에 나서는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다. 사회통제를 위해, 즉 야간 활동을 막기 위해 일부러 조명 설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설명이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4일 허베이성과 지린성에서 파견 온 의료진들의 환영행사가 진행중이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소비 활성화를 부르짖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소비가 꾸준히 늘어왔다. 2019년 소매판매 증가율은 8.0%였는데 이는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치다. 다만 이러한 풍조는 2000년대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1970년대 문화대혁명(문혁) 등 극심한 곤경에 처해 있었던 때를 포함해 중국이 제대로 된 소비를 한 시기는 얼마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중국인들은 만일을 대비해 소비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의 혜택으로 산업생산은 지난해 1월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4월 곧바로 플러스(3.9%)로 회복됐다. 하지만 소매판매는 그해 8월에야 플러스(0.5%)가 됐다. 지난해 전체 소매판매(-3.9%)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2.3%)를 갉아먹은 것이다. 올 초에 반짝 예년 수준을 회복했나 싶더나 최근 다시 정체된 셈이다.

도시 봉쇄에 따라 지난 3일 하얼빈역의 대합실이 텅비어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젊은이들의 생활이 점차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저출산·고령화로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어가는’ 상황에 처했다. 베이징이 수도로서 소득수준이 중국 내에서도 높지만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은 대략 6,000위안(약 10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한국 등 선진국의 절반 이하다. 하지만 베이징의 집값은 이미 선진국을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교육비와 생활비 등이 치솟고 있다. 개인적 위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인들은 과시 소비가 많다. 고급 아파트에 벤츠 등 고급차 들이 즐비하다.

젊은이들의 생활 어려움은 결과적으로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경제의 활력을 줄인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3명에 그쳤다. 1960년대 6명대였던 것이 1980년대 3명대로, 그리고 1990년대에 2명대로 떨어졌다가 이제는 ‘인구 감소선’까지 추락한 것이다.

저출산과 함께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저축 필요성은 더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3.5%였다. 65세 이상이 14%를 넘을 경우 ‘고령사회’로 취급된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6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13.5%였고 이듬해 2017년에 14.0%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었다. 세계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중국이 1만610달러, 한국은 3만2,860달러다.

중국 정부가 최근 소비 확대에 집착하는 이유는 국제적 위신 때문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분명해졌는데 결국 수입을 많이 하는 국가의 발언권이 커진다. 세계 최대의 수입국인 미국이 대표적이다. 수출 위주의 중국은 수입국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중국 공산당이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에 진입했다고 선언하고 ‘공동 부유’를 새 구호로 내세우면서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 시켜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옆에서 한 신혼부부가 웨딩촬영 중이다. 경제난에 중국에서 결혼율과 출산율이 함께 하락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중국인의 소비가 늘어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저렴한 비용의 상품을 세계에 쏟아내면서 상당부분 유지됐다. 미국인도 이를 당연한 듯 소비했다. 그런데 중국이 이런 상품을 수출하지 않고 내수에 집중할 경우 당연히 상품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물론 중국 수입시장을 겨냥한 품목은 다소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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