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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토끼가죽·소뼛가루가 미술 재료로 쓰인다고? [지구용]




얼마 전 유튜브로 한 외국 크리에이터가 유화 그리는 영상을 보다가 눈을 의심했어요. 크리에이터가 캔버스에 투명한 액체를 슥슥 바르는데 이런 어설픈 번역 자막이 떴거든요. ‘토끼 가죽을 잘 펴발라줍니다.’ 토끼 가죽? 토끼 가죽이 왜 여기서 나와? 알고보니 물감의 발색과 안정성을 위해 동물 가죽을 원료로 한 아교를 칠하는 장면이었어요. 이렇듯 화랑에 걸려있는 그림만 봤을땐 상상도 할 수 없는, 동물성 미술 재료가 상당하다는데요. 이번 지구용레터에서는 이런 재료를 사용하는게 마음에 걸려 물감을 손수 만들기에 나선 한 용사님을 소개하려고해요. 친환경 미술 교실 ‘어몽트리’ 이야기, 지금 시작해 볼게요.

동물 털·가죽, 뼛가루까지…의외의 ‘육식성’ 미술 재료들


친환경 미술공간 어몽트리의 공간주 윤다영님. 손에 들고있는건 직접 만든 비건 수채화 물감이에요. /사진=팀지구용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어몽트리에서 공간주 윤다영님을 만났어요. 친환경·제로웨이스트·비건을 지향하는공간인만큼 어몽트리에는 물감을 닦을 때 사용하는 다회용 수건이나 팔레트로 쓰는 도자기 접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어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가장 잡아끄는 건 유리병에 담긴 알록달록한 안료들이었어요. 다영님은 이 안료들로 직접 ‘수제 비건 물감(수채화·유화)’을 만들어 수업에 사용하고 있거든요. “의외로 미술 재료에 동물성 원료가 사용된 것들이 꽤 있어요. 동물 가죽으로 만든 아교를 칠한 종이도 있고, 흰색이나 검은색 물감 중엔 동물 뼈가 들어간 것도 있어요. 카드뮴처럼 천연광물이기는 하지만 사람에게도 안좋고 환경도 오염시키는 안료도 있고요. 소비자가 성분을 보고 고를 수 있으면 좋은데 물감은 전성분 표기가 안돼 있어요. 제조사에 성분 문의 메일을 보내면 가끔 답장을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이 외국 회사들이고 국내 회사들은 성분을 알려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자, 결심했죠."

일회용 렌즈통·맥주 병뚜껑에 담긴 수제 비건 물감


수제 비건 물감에 사용되는 다양한 안료들. /사진=팀지구용


어몽트리의 물감에는 안료와 아라비아고무액(가루 안료를 끈적하게 만들어 종이에 잘 달라붙게 만드는 접착제 역할), 글리세린, 호두기름 등이 들어가요. 다영님이 고르고 고른 안료들은 천연 광물이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흙도 있어요. “안료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국내에선 소포장해 파는 곳이 없어 대부분이 직구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재료 혼합 비율을 찾는 것도 정말 어려웠고요. 저 화알못(화학 전혀 모르는 사람)이거든요(웃음) 몇달 동안은 실험만 한거 같아요.”

이렇게 한땀한땀 만든 물감을 영접한 에디터. 그런데 익숙하게 보아온 튜브나 플라스틱통에 담겨있는게 아니더라고요. 물감통을 뒤집어 보니 선명하게 적혀있는 익숙한 단어는…Cass?! 맞아요. 맥주 병뚜껑이에요. 이보다 조금 더 작은 용량의 물감은 일회용 콘텍트 렌즈통에 담겨 있었어요. “처음엔 병뚜껑만 생각했었어요. 근처 주점 사장님이 감사하게도 뚜껑을 모아주시고 계세요. 근데 병뚜껑 물감을 SNS에 올렸더니 어떤 분께서 자기가 모아놓은 렌즈통이 있는데 물감 담는데 사용할 생각이 있다면 주시겠다는 거에요. 그분이 무려 400개 정도를 보내주셨어요. 지금은 제로웨이스트샵에서도 각종 뚜껑을 주시겠다는 연락이 많이 와요."

비건 물감 발색은? 직접 그림 그려봤습니다


수제 비건 물감으로 그려본 지구용레터의 마스코트 일용이. /사진=팀지구용


수제 비건 물감, 직접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요? 지구용의 마스코트 일용이를 어몽트리의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봤는데 어때요? 색깔 정말 예쁘죠? 기성 제품 못지않게 맑고 선명하게 발색되더라고요. 일용이만의 연보라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어서 만든건데 블렌딩도 잘 됐어요. 그림을 오래뒀을때 변색이나 갈라짐 등에 차이가 있을까 여쭤봤는데, 일반 물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해요. 어몽트리의 수제 비건 물감은 네이버스토어랑 강남역 덕분애, 관악구 1.5℃ 등 제로웨이스트 샵에서 소소하게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요, 얼마 전 알맹상점에도 입점이 됐다고 해요. 특히 알맹상점에선 세트가 아닌, 색깔별로 개별 구매가 가능해요.

이렇게 제품을 만들어 판매 중이지만 다영님은 물감 판매를 주업으로 할 생각은 없대요. “미술을 전공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이래도 될까?’하는 마음이 들었던 순간이 많았어요. 일회용 티슈로 물감을 닦고 플라스틱이 원료인 아크릴 물감을 쓰면서, 시너로 붓을 씻으면서. 그런 고민만 하다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니 물감까지 만들게 된거에요. 하지만 사실 개인이 물감 만들기는 너무 어려워요. 대형 회사에서 비건이나 친환경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저같은 사람들의 니즈에 맞는 물건을 개발해줬으면 좋겠어요. ‘이래도 될까’하는 생각 없이 맘 편히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요.”

일상에서 느낀 미안함,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나아간 어몽트리의 용기가 우리 용사님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래요. 지구용레터는 다음주에도 지구를 지키는 용사들의 알찬 이야기 담아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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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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