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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압박 투트랙…'한미동맹 흔들기' 나선 김정은

◆"10월 남북연락선 복원…美 적대정책 철회해야"

"한미훈련 중단 등 南태도 달려"

관계 회복 유도하며 美엔 강경

"불가능 조건…대화 불확실" 분석

김여정 국무위원 선출, 급 높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유화적 담화와 미사일 도발을 연일 병행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밝혔다. 또 향후 관계 회복 여부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해 대미 제재 완화 설득의 압박 수위를 높였다. 남한과 미국에 ‘투트랙’으로 대응하며 ‘한미 동맹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 위원장이 전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남북)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 13개월 만인 지난 7월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했다가 8월 10일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빌미로 재차단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북남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 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며 “남조선은 북조선(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위기 의식, 피해 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 증강, 동맹 군사 활동을 벌이며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 사이에 더욱 복잡한 충돌 위험들을 야기시키고 있는 데 대하여 주시하고 있다”며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국가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최우선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미국을 직접 비난하면서 남한에 통신연락선 복원 카드를 내민 것은 한미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며 이간계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의 ‘외교적 관여’ ‘조건 없는 대화’ 입장에 불신을 표시하고 ‘국가 방위력 강화’ ‘적대 세력의 군사적 준동 억제용’을 강조하며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을 내세웠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에는 북한의 무력 증강은 위협이 아니지만 미국의 군사 행동은 북한에 ‘적대 행위’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제재 완화의 지렛대 역할을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를 빌미로 미국에 대한 ‘몸값’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종전 선언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군사 행동 중단을 선제 조건으로 명확히 하면서 “종전 선언은 평화 협상의 입구이고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도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신선 재개보다 선결 조건을 훨씬 강조했다”며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첨단 장비 도입 중지 등 한국과 미국이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에서 북한에 대화 의지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북한과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대면 협의를 갖고 대북 대화와 인도적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김 위원장의 연설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30일(현지 시간) 이에 관한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편 이날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국무위원으로 선출돼 눈길을 끌었다. 그간 국무위원회에서 대미 정책을 주도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물러났다. 김 부부장의 대미·대남 업무 주도권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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