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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아파트 짓는다고 버려진 유기견···땅굴로 숨었다[지구용]

은평뉴타운 재개발때 버려진 아이들…110여 마리 반려인 품에

"자연스러운 축소 목표" 정부·지자체 등 동물권 인식 제고 절실





살기 좋기로 소문난 서울 은평뉴타운. 그런데 2000년대 후반에 은평뉴타운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버림받은 개들이 많았다고 해요. 그런 녀석들을 거둔 곳이 '달봉이네 보호소'. 유기견들이 눈에 밟혀 한두 마리씩 구조하기 시작한 소장님이 만든 사설 보호소죠. 들어본 용사님들도 있을 거예요. 성악가 조수미님, 배우 구혜선님, 가수 태연님, 고(故) 구하라님 등이 봉사활동과 후원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졌었거든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동물권행동 카라의 지원을 통해 2015년 서울 은평구에서 경기도 고양시로 자리를 옮긴 후 지금껏 무사히 운영되고 있어요. 봉사단을 꾸려 지원하는 카라 덕분에 생강 에디터도 얼마 전 달봉이네에 다녀왔어요.

흙먼지 쌓인 견사에서


달봉이네는 겉에서 보기엔 평범한 농장처럼 생겼어요. 하지만 앞에 모여든 카라 활동가님, 봉사자님들 때문에 놀랐는지 90여마리의 입소견들이 한꺼번에 짖는 소리가 이어졌어요.



모인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늘 할 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방진복을 착용. 견사 청소를 하기 위한 복장이에요.

청소의 대상은 아이들의 대변과 두텁게 쌓인 흙먼지, 그리고 거미줄이었어요. 커다란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나눠 들고 총 16개의 견사를 차례대로 청소했어요. 견사의 풍경은...당연히 아름답지는 않았어요.

아이들용 화장실은 따로 없고 흙바닥에 변을 보면 소장님이 매일같이 치우신다고 했어요. 당연히 흙먼지가 풀풀 날려 바닥의 사료통에도 쌓였어요. 견사 곳곳에는 거미줄이 가득. 코로나19 때문에 카라 봉사단이 2개월 만에 올 수 있었고 그동안 제대로 청소가 어려웠거든요. 보호소장님도 따로 생업을 유지하면서 아이들을 돌보시는지라 최대한 깨끗이 청소해 둬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빗자루로 변을 청소한 다음에는 물에 적신 스폰지, 마대자루로 흙먼지와 거미줄을 제거했어요.

유기견은 교감이 어렵다?


유기견 봉사활동의 대표적인 환상을 묘사해 볼게요. ‘귀엽지만 안쓰러운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애틋한 봉사활동…!’ 에디터도 조금은 그런 환상이 있었죠. 하지만 달봉이네의 아이들은 대체로 사람을 무서워했어요.

16번 견사의 아이들은 사람을 물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고, 나머지 견사의 아이들도 봉사자가 들어가면 대부분 개집에 숨거나 최대한 피해 다니며 짖었어요. 카라에서 봉사자님들에게 “아이들을 만지지 말고, (혹시나 물릴 경우에 대비해) 파상풍 예방접종을 하고 오시라”고 신신당부한 이유.

간식을 나눠주는 에디터.


더 안타까운 건, 사람이 무섭다 못해 흙바닥에 땅굴을 판 아이들이 거의 모든 견사에 있었단 사실이에요. 땅굴로 들어간 아이들은 간식을 들고 들어가도 나오지 않았어요. 당연히 모든 유기견이 사람을 피하는 건 아니지만 이곳 아이들은 수 년째 보호소 생활을 하느라 사람과 교감하는 법을 잊어버린 듯했어요.

하.지.만!!! 얼마 전 전국의 반려인들을 화나게 한 모 연예인의 발언과 달리, 사회화 교육을 거치면 달라질 아이들이라는 점 꼭꼭 기억해 주세요.

“보호소 유지가 아닌, 축소가 목표”


3시간 가량 열심히 움직이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어요. 달봉이네 보호소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카라의 허성희 활동가님과 이야기를 나눠봤고 다행히 명쾌한(그러나 쉽지는 않은) 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동안 달봉이네에서 110마리를 입양보냈어요. 검진과 치료, 회복을 거쳐 사회화 교육을 한 후 보내는 거죠. 해외 입양도 많아요. ‘보신 문화의 나라에서 아이를 구출한다’는 생각으로 입양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카라의 목표는 이곳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축소, 또는 자립시키는 거예요. 중성화를 지원하고 꾸준히 입양을 보내서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하는 거죠. 따지면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요.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사설보호소 문제를 인지는 하고 있지만 담당자가 계속 바뀌니까 어려움이 있어요.”(달봉이네에 대한 카라의 더 자세한 시각은 여기)

사설보호소는 개개인이 좋은 뜻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버려진 개들, 다친 유기견들이 마음 아파서 구조를 시작하시는 거죠. 하지만 중성화를 하지 않으면 번식 속도를 감당할 수가 없고, 구조한 아이들이 늘어날수록 사료값이나 치료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나요. 보호소 근처에 주택가라도 있으면 민원이 빗발치구요. 그 과정에서 동물권은 휴지조각처럼 무시당하기 일쑤.

입소견들의 간식을 준비하는 든든한 봉사자들. /사진=카라


다행히 카라 같은 단체와 뜻있는 분들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자연 소멸에 성공한 사례도 생겨나고 있대요. 갑작스러운 계기가 있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소멸된 달님이네 보호소의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다만 보호소가 사라졌을뿐, 몇몇 입소견들은 아직 더봄센터(=카라의 보호소)에서 애타게 반려인을 찾고 있는 상황.

달님이네 보호소는 사라졌지만 아직 카라 더봄센터에서 반려인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요 (더 자세한 이야기). 그리고 카라 홈페이지에선 정말 많은 아이들의 사연과 도와줄 방법을 확인할 수 있어요. 용사님들의 시간으로, 지갑으로 도와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행복할 때까지 같이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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