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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지와마마





1960년대 말 중국에서는 ‘닭피 주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수탉의 피를 뽑아 사람에게 주사하면 불로장생한다는 미신이 널리 퍼지면서 1980년대까지 닭피 주사가 성행했다. 중국의 한 문학평론가는 ‘닭피 주사의 기억’이라는 글에서 “집 근처 병원의 주사실 입구에는 매일 뱀처럼 긴 줄이 이어졌다. (중략) 땅바닥에는 온통 더러운 닭털과 닭똥이 널렸고, 곳곳에서 닭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났다. 닭피 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의 공포와 두려움은 마치 전염병과 같아서 그 시대 전체를 감염시켰다”고 썼다.

최근 중국에서 ‘닭피’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닭피를 수혈하듯 자녀 교육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닭피 부모들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자녀 사교육에 올인하는 부모를 가리켜 ‘지와(鷄娃)마마’라고 부른다. ‘병아리’를 뜻하는 ‘지와’는 부모들이 자녀를 엘리트 집단에 밀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지와마마들은 자녀를 명문 중·고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영어·수학 등의 조기교육은 물론 무용·음악·골프·승마 등 다양한 과외 활동을 시킨다. 중국 저소득층 6억 명의 평균임금이 월평균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지만 중산층은 사교육에 연간 10만 위안(약 1,800만 원)을 쏟는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중국이 최근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지와마마’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학업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쌍감(雙減) 정책’을 내놓은 중국 정부는 이번에는 사교육 수업료를 통제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지방정부가 사교육 기관의 수업료 기준을 연말까지 제시하도록 했으며, 수업료 상한 폭도 기존 수업료의 10%를 넘지 못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사교육 폐해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장기 집권에 적신호가 켜질 것을 우려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동 부유’라는 명분을 내세워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국민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선의를 강조하지만 규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개혁을 통해서만 문제 해결이 가능한 법이다. 이는 규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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