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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경기 광주 빌라, "저희에겐 언제쯤 볕들날 올까요?"

2017년 준공한 경기 광주시 오포읍 H빌라, 기울기 D등급 받을 만큼 위태

원인은 빌라 앞 '신축 다세대 주택의 건설 현장'

재발 방지 위해 '지자체·정부 차원의 제도적 규제' 필요해…사전 예방이 중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한 빌라 건물이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신축 빌라 공사로 인해 심각한 균열을 보이는 등 붕괴 위험에 노출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해당 빌라 단지 내 두 개의 동은 지난해 11월께부터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원인은 H빌라 앞 신축 다세대 주택의 건설 현장이었다. 사건이 벌어지자 시와 시공사 측은 보강 공사를 진행하는 한편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주를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주민들은 신축 빌라 시공사 측에서 제공한 빌라와 직장 근처 원룸 등에서 임시 거주하며 보강 공사 완료를 기다리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공사와 시청의 소극적 행정 태도에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단단하지 못한 지반…추가 신축 공사가 화 키워




사건이 벌어진 H빌라는 흙산 정상 부근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반이 단단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건물 앞 2m 지점에 또 다른 신축 빌라를 또 짓기 위해 공사가 시작되면서 무리하게 흙을 굴착했고 이로 인해 불안함을 느낀 주민들이 건물이 기운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시청 건축과에 민원을 넣었다. 민원으로 인해 안전 진단을 진행한 결과 올 2월 빌라 두 동은 기울기 D 등급을 받았다. 이후 주민들은 시청 및 신축 빌라 시공사 측에 지반 보강 공사 등의 대책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인 신축 빌라 시공사가 주도하는 보강 공사가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공사 시작 후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됐다. 빌라의 건물 외벽 바닥 틈이 이전 대비 두 배 가량 벌어지고 외벽엔 균열이 발생하는 등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



건물 내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세대 내 방문이 자동으로 열리거나 닫혔다. 캔을 바닥에 두면 공사장 쪽으로 굴러갔다. 어떤 세대는 벽 속에서 무엇인가 탁탁 부러지고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렸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주민 A씨는 “공사가 계속 지연되다가 6월 달에야 H빔을 박는 보강 공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며 “건물이 처음 11월 달에 발생했던 기울기에 비해서 두 세배 이상은 더 기울어졌다”고 설명했다. 주민 B씨는 "보강 공사 시작 후 균열이 더 심해졌고 침대와 벽이 덜덜덜 떨리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지속적인 항의에 지난 6월 신축 빌라 시공사 측은 우선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협의해 지반 보강과 원상 복구 공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보강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공사 진행 여부를 광주 시청에 문의하자 시청 측은 "아직 보강 공사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한국 시설물 안전 진단 협회에 H빌라 안전 진단을 문의한 상태이고 진단이 끝난 이후에 적합한 방식을 채택해 보강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불안한 거주 상태, 소통 없는 행정 태도가 더 답답해


주민들은 H빌라의 원상 복구 공사가 끝날 때까지 신축 빌라 시공사 측에서 제공한 빌라와 직장 근처 원룸 등에 흩어져 임시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건축 허가를 내렸던 시청이 미온적인 대처와 소극적 행정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H빌라 사고가 언론에 등장한 지난 6월 이후 광주시장과 시의원이 빌라 현장에 직접 방문까지 했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 A씨는 “시의원이 현장에 오셔서 저희 있는 데서 보좌관한테 광주시에 TF팀을 만들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아직까지도 TF팀은 구경도 못해봤다”고 지적했다. 주민 B씨는 “시청이 적극적으로 앞으로 진행될 보강 공사를 관리하고 주민과 소통하는 등의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건물에 피해를 준 신축 빌라 시행사를 저희가 신뢰를 할 순 없다”며 “광주 시청에서 객관적으로 공사 진행 상황을 관리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요탓 속속 지어지는 산비탈 빌라촌…'제2의 H빌라'는 여전히 지어지는 중




H빌라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경기 광주 지역에는 산비탈에 빌라를 올리는 공사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는 이 지역이 갖고 있는 높은 입지적 장점 때문이다.



경기 광주 지역은 서울 강남·경기 분당·판교 등과 뛰어난 인접성을 가지고 있어 배후 주거지로 인기가 높다. 또한 경강선 개통·수서-광주 복선 전철 사업 진행 등 연이은 교통 호재로 인해 광주를 찾는 수요자들의 관심도 늘었다. 다양한 교통 호재가 잇따르며 서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지자 최근엔 서울 강남권과 성남시 등에서 광주로의 인구 유입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H빌라가 위치한 오포읍 인구는 3~4%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오포읍은 광주 인구의 30%(11만 2,851명 지난해 4월 기준)가 거주할 만큼 인기가 많은 주거 타운으로 급부상했다. 인구 증가로 인해 주택 분양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엔 오포읍에 GS건설이 895가구 규모의 '오포 자이 디 오브' 분양을 진행했는데 1순위 청약 최고 48.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 내 분양을 완료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요는 크게 느는데 높은 산지 비율로 인해 평지 주택 공급이 힘들어지자 광주시에선 산지를 개발해 만든 빌라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경기도 광주는 산지 개발 행위 허가 기준 중 하나인 표고(수직 높이)를 기준 지반고 (개발 대상지로부터 최단 거리 도로의 높이)로 사용해 기준 지반고가 50m이하라면 개발 행위를 허가해 왔다. 이렇게 되면 표고가 계속 높아져 산 정상까지도 개발 행위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일어났던 H빌라의 빌라촌도 오포읍의 산 정상을 개발해 건설한 곳이었다. 이 외에도 경기 광주엔 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빌라와 아파트 등 주거 단지가 많다.



문제는 산지 위에 건설된 빌라들은 연약한 지반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폭우·인근 공사 현장 등 외부 위험 요인으로부터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H빌라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주거 선호 지역 광주의 가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지자체 측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 이와 대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광주는 예전부터 산 정상 부근에 빌라 건축이 성행하는 문화가 있다"며 "공사 인허가가 났다는 자체가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난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공사 허가를 내줄 것 이 아니라 일정 고도 이상에는 주택을 못 짓게 하는 방식으로 도시 관리에 대한 그림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11월 말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일원 산지 개발 행위 현장을 방문한 이후 '경기도 산지 지역 개발 행위 개선 및 계획적 관리 지침'을 마련해 시군 지자체에 시달했다.



이 지침엔 표고 기준을 기준 지반고가 아닌 해발 고도로 고정해 일정한 표고 기준을 설정하고 그 이상은 개발이 불가능하도록 해 산지 훼손을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조항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 지침은 시군 조례에 반영이 돼야 법률상 효력을 갖는다. 지침 반영 여부를 시청 측에 문의하자 관계자는 “시의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다”며 “이미 시에서 자체적으로 규제를 많이 하고 있어 해당 지침을 반영하면 개발을 너무 억제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H빌라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 중인 다른 방안이나 대책이 있을지 시청 측에 추가 문의를 남겼으나 ‘아직 논의 중인 대책은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에 대해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자체 혹은 정부 차원에서 인근 공사 현장의 지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교수는 “우리나라는 산지가 70%인데 산지를 개발할 땐 주변의 땅을 팔 수 밖에 없다”며 “땅을 팜으로써 주변의 기존 건물· 도로에 영향을 주면 무조건 시공사가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인허가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그렇게 해야 시공사가 배상이 두려워 제대로 공사할 수 있다”며 이번 H빌라 같은 사고들은 사전에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지자체 혹은 정부 차원에선 광주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제도적 규제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번 H빌라 사고처럼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한다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TF팀을 꾸려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모습 등을 보여줘야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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