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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대학가 총여학생회…경희대도 자발적 해산

서울 내 ‘총여’ 6개뿐…활동 없어 사실상 전멸

학내 성폭력 사건 공론화 등 변화 이끌었지만

여성 대학 진학 늘고 학생 운동 퇴조하며 폐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에 지난 2019년 12월 총여학생회 폐지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학생 투표로 2019년 폐지됐다. /연합뉴스




1980년대 등장해 학내 성 평등 문제 공론화를 비롯해 적잖은 변화를 일궈낸 대학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서울 지역 대학에서 ‘총여’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가 전무한 가운데 최근 경희대에서도 총여가 자발적 해산 수순에 돌입했다. 여성의 대학 진학이 보편화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내 자치활동보다는 취업을 위한 개인 활동에 집중하며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학내에서 젠더 관련 이슈가 꾸준히 불거지고 있는 만큼 성 평등 의제를 다룰 대안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 총학생회 등 학내 자치 기구는 이달 초 확대운영위원회의를 열고 총여 해산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달 두 차례 공개 간담회를 연 결과 학생들 사이에서 총여 해산에 대한 공감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희대는 총투표로 총여를 폐지한 다른 대학들과 달리 총여 회원 주도로 자발적 해산을 결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1987년 출범한 경희대 총여가 폐지되면 서울 소재 대학 중 총여가 남아 있는 대학은 서울시립대·서강대·한양대·총신대·감리신학대·한신대 등 6곳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들 대학조차 수년째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지역 대학에 사실상 총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총여를 존치하고 있는 대학이 10곳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가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안건으로 한 투표를 진행한 2018년 11월 21일 서울 중구 교내 경영관 앞에서 열린 여학생총회 지지 집회에서 참가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여 년간 총여가 한국 사회와 대학가에 일으킨 변화는 적지 않다. 총여는 1984년 서울대·고려대를 시작으로 전국의 많은 대학에 설치됐다. 당시 폭발적으로 전개되던 학생운동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라는 문제의식으로 탄생했다. 총여는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과 1996년 ‘이화여대 축제 고대생 난동 사건’을 비롯해 ‘경찰의 여학생 성추행 사건’ 등 학내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현재 많은 대학에서 볼 수 있는 성희롱·성폭력 관련 학칙도 각 대학의 총여가 1997년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반(反)성폭력 학칙 제정 운동’을 펼친 것이 시초였다.

하지만 사회 변화와 함께 총여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줄어들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이 워낙 적어 별도로 이들을 대변해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만큼 총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진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대학가의 탈정치화 현상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가 전반에서 학생운동이 퇴조하고 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등에 집중하면서 총여가 펼치는 정책도 ‘생리대 배부’ ‘여성 전용 휴게실 설치’ 등 복지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회비는 남녀가 함께 내는데 왜 여학생만 혜택을 받느냐”는 ‘역차별 논란’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성 평등 현안을 다룰 학내 기구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여 회원들을 상대로 한 신상 털이와 악성 댓글, 단체 카톡방 성희롱 등의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페미니스트 단체 ‘유니브페미’의 윤김진서 대표는 “총여를 폐지한 학교들 사이에서는 총학 산하에 성평등위원회나 인권복지국 등을 두고 있지만 자치권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학교본부 차원에서 전문위원과 학생위원들을 함께 두는 반차별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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