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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작은 정부론과 여가부 폐지 주장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작은 정부·공무원 숫자 억제 맞지만

여가부 육아·성평등정책 역할 필요

이름은 '양성평등가족부' 개편할만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최근 정치권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하며 그 방안의 하나로 여성가족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나치게 커진 정부 기능을 줄이고 공무원 숫자는 억제해야 맞지만 여가부 폐지는 마찰이 큰 데 비해 실효성이 작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 부문 일자리 80만 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이행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공무원 약 10만 명을 늘렸다. 이전 네 개 정부를 다 합친 숫자보다 많다. 남은 임기까지 총 17만 명 늘릴 계획이다. 취임 초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가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 정원을 1만 명 늘렸고 다른 공기업과 공공 기관 인력도 꾸준히 확대했다.

우리나라 생산 가능 인구는 지난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올해까지 50만 명 감소했다. 경제활동에 투입할 인구 규모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몇십만 명 늘린 셈이다. 첨단 정보화 기술로 국제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에 국가 인력 운용을 이런 방식으로 하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공무원 증원은 인력 배분의 왜곡에 더해 공무원연금 적자를 키워 재정에 부담을 준다. 지난해만도 2조 원을 세금으로 메꿨다. 많은 젊은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쏟는 것도 국가적 낭비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20만 명에 이른다.

다음 정부를 구상하는 정치인은 공무원을 늘리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꼭 증원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사회 변화에 따라 기능이 축소된 분야의 인원을 줄여 총원을 억제하도록 해야 한다. 행정부 자체로 마음만 먹으면 실행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해 국민연금과 형평을 맞춘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초 정부 조직 개편을 했는데 당시에도 여가부가 폐지 우선순위로 꼽혔다. 많은 논란 끝에 국회가 존속을 결정했는데 현재는 국회 구성상 더 어렵다. 여가부가 있어야만 해결될 일인지는 모르나 경제적으로도 성별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15~64세 기준 59.1%로 스웨덴 80.3%, 미국 67.8%와 비교해 매우 낮다. 일본도 여성 지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었으나 인구 고령화와 경기 침체 극복 방안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72.5%까지 높였다. 한국은 최근 10년간 5%포인트 미만의 상승을 보였으나 일본은 10%가량 향상됐다.

한국 남녀 간 임금 격차는 32%로 OECD 평균인 12%보다 훨씬 높다. 최근 대졸 여성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늘어나 ‘이대남’으로 표현된 젊은 남성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지만 경력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를 보면 여성 지위는 아직 낮다.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표시하는 M 커브 현상이 한국에 아직 남아 있는 반면에 유럽과 일본에서는 없어졌다.

OECD는 여성 경제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보육 시설 확충, 부모 육아 휴직 기간 보장, 직장 내 성 평등을 권장한다.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가 할 일이지만 여가부가 연구기관과 함께 정책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0.84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특이한 점은 OECD 국가 중에도 스웨덴 등 여성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가 1.7 정도로 높고 이탈리아·스페인 등 가부장적 성향이 강한 나라가 1.2~1.3 수준으로 낮다는 점이다. 양성평등 정책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룰 수 있게 해 아이를 갖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가부가 정 맘에 안 든다면 영어로 쓰고 있는 이름처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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