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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한일정상회담 해도 성과 내기 어렵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양국 견해차 못 좁히고 불신만 더해

정상회담 열려도 결과물 얻기 힘들어

文 대통령, 국내 합의 먼저 끌어내고

일본과 대화하는 게 관계개선 지름길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도쿄올림픽에서의 한일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두고 양국 간에 치열한 샅바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인류의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을 생각하면 이웃 국가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축하하면서 우의를 다지는 것이 일반적인 상례일 것이다. 그러나 한일 양국의 모습은 여론전을 앞세워 막판까지 기싸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내용과 의전 등 모든 면에서 난항을 거듭하는 지금 상황이야말로 현재 한일 관계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우선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논의하고 있지만 불신은 쌓이고 있는 형국이다. 도쿄올림픽을 한일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에도 스가 요시히데 정부는 ‘한국이 강제 징용,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전된 제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대화는 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에서는 문 대통령과 대화를 하더라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불신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실 도쿄올림픽을 무관중으로 어렵게 개최하는 만큼 이웃 국가인 한국 정상이 직접 방문해 축하해주는 것은 일본으로서도 원하는 그림일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문 대통령의 방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청와대 또한 ‘일본이 한일 관계 개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인상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불신은 심하다.



현안에 대한 견해차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는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모든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가장 시급한 현안부터 최소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운용을 지속하는 것에서 한일 관계의 물꼬를 열자는 것이다. 문 정부가 생각하는 현안인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는 일본이 원하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일본의 분위기는 한국과 너무 다르다. 일본 스가 정부로서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부 방일’은 대화의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대답을 유보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치권의 분위기는 일본이 원하는 현안에 관한 해법과는 너무 달라 ‘황당하다’는 인식조차 존재한다. 따라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스가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만을 전달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교섭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문 정부가 제시한 ‘성과가 있는’ 정상회담에 스가 총리가 힘을 보태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은 이웃인 한국의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축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무사히 치르는 것이 최대 과제다. 도쿄올림픽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자신의 정권 운명도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조건부 방일’은 스가 총리에게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문 정부가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최후통첩을 해놓고 기다린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왜 문 대통령이 방일을 고집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문 정부가 제시한 ‘성과가 있는’ 정상회담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방일을 고집해 성과를 내려고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판단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문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한국의 피해자들과 국내적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일본과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한일 관계 개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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