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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라떼처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자)’이 60대 남자보다 국민의힘을 더 지지한단다. 물론 “젊은이들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고”(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게임 하고 축구 보느라 정신 없고”(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사 경험치가 낮아서”(박영선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그런 것이 당연히 아니다.

따지고 보면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가르침에 충실했다. 기성세대가 만든 규칙을 따라 경쟁하고 노력했다. 그런데 정작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노력이 결코 보상 받지 못하는 현실을 만들어버렸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벼락 거지’가 되는 세상이니 이제 노동시장에서 정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게 아니라 벌어들인 돈만으로는 먹고살기가 턱없이 부족하고 힘들어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가상자산이든 재테크를 해야 한다면 그건 그 사회가 더는 정상적이지 않다는 신호다. 그러니 젊은 세대는 “내가 배웠던 게 맞나”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분노한 것이다. 구부러진 쇠막대를 곧게 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구부러진 반대 방향으로 쇠막대를 잡아당기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에 눈길을 준 게다.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았노라 호들갑 떨 일이 결코 아니다. 얼떨결에 얻은 과분한 일이다.



화들짝 놀란 이들이 젊은 세대 코스프레에 나섰다. 힙합 모자를 삐딱하게 쓴 채 등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롤게임을 체험 학습한답시고 모니터 앞에 앉은 이도 있다. 그러면서 해외여행 경비라며 얼마, 전역자 사회 출발 자금이라며 얼마, 청년 기본 자산이라며 또 얼마를 내걸고 젊은 세대를 호객한다. 결국에는 젊은 세대가 갚아야 할 돈을 선심 쓰듯 내미는 수작이다. 젊은 세대를 얕잡아보는 게 몸에 배었다. 아서라. 젊은 세대는 무엇을 살까 고르는 첫 단계에서부터 ‘반품’이 가능한지부터 챙긴단다.

나이를 잣대로 또는 공유하는 경험을 기준으로 세대를 가르마 타온 건 태곳적부터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에 들어서는 그 이전과 이후가 분명히 다르다. 아날로그 세상만이 전부이던 인류와는 달리 지금의 젊은 세대는 날 때부터 디지털이라는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공간에서 살아가니 말이다. 이들에게 디지털 세계는 물리적 환경과 다름없는 생활 공간이다. 분명한 자기 정체성으로 세계관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창조한다. 물질적이기에 사용할수록 소모되는 아날로그 현실과는 달리 디지털 세상에서는 오리지널과 똑같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동시에 이미지 파일과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이 만나면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도 단 하나뿐인 예술이 창조된다. 예술을 디지털로 변환하고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을 디지털로 느끼는 세대가 이제 이 사회의 주력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이들에게 다시는 작동하지 않을 성공 방식을 주입하고 강요하는 것처럼 미련하고 우둔한 일은 없다. 어제 나는 서유석의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라는 노래를 들었다. 오늘은 “라떼 이즈 어 홀스(Latte is a horse)”라는 생각일랑 접어두고 윤건의 “라떼처럼”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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