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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정책
'운동권 정치'에 반기 든 양향자, "과학·기술 인재로 세력교체해야"

책 '과학기술패권국가' 발간해 세력교체 주장

"기술이 곧 복지고 공정, 테크노폴리틱스의 시대"

시진핑·메르켈 예 들어 "이공계 정치인 확대" 강조

"차기 대선, 복지와 성장 두 축으로 선거를 치러야"

소문 무성하던 '대선 출마' 뒷이야기도 책에 담아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권욱기자




"그동안 국회와 정당은 법률가, 행정가, 민주화 운동가, 시민운동가, 언론인 등이 이끌어왔다. 그러나 21번째 국회를 맞이한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제 세대교체를 넘어 세력교체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몇 없는 '과학기술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최초의 고졸 여성 출신 상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양 의원은 이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고 현재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양 의원과 같은 '과학·기술·산업계' 인재는 몇 안 된다. 21대 국회의원을 출신 직업에 따라 분류할 경우 과학기술인은 4명, 전체의 0.3%다. 반면 정당·국회인은 62명(20.6%), 공무원이 46명(15.3%), 법조인이 47명(15.6%)으로 국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양 의원은 지난 7일 저서 '과학기술패권국가'를 발간해 이제는 국회의 중심을 바꿀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복지고 과학기술이 공정"이라며 "정치권의 가장 앞자리에 기술계, 산업계, 과학계 인재들이 서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발간한 책 ‘과학기술패권국가’/양 의원실 제공


# 2020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재활로봇올림픽 ‘사이배슬론 2020’에서 KIST의 공경철 교수가 착용로봇 기술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23살 때 뺑소니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에 이른 지체장애 1급 김병욱 씨를 20년 만에 벌떡 일어나 걷게 했다.

# 얼마 전 뉴스에는 AI 스피커가 독거노인의 목숨을 살린 이야기가 나왔다.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80대 할아버지가 가까스로 "살려줘"라고 외치자 이 말을 감지한 AI 스피커가 보안업체에 알려 119 구급대가 즉시 출동해 할아버지를 구조해낸 것이다


양 의원이 "기술이 곧 복지"라고 주장하며 든 사례들이다. 그는 21세기를 '정치와 국제정세, 미래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테크노폴리틱스(Techno-Politics)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다스려 국민을 편안케 하는 것, 바로 정치의 본령이다. 경제는 비단 돈을 버는 일을 넘어 일자리, 결혼, 출산, 육아, 노후, 미래가 다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정치는 곧 경제고, 경제는 기술이라는 양 의원의 평소 신념이 담겼다.

양 의원은 기술이 공정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대기번호표 발급 기술을 그 예로 들었다. 양 의원은 "대기번호표가 없던 예전에는 고객이 직접 창구마다 줄을 서야 했다. 한 줄 서기 문화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창구마다 업무 처리 속도가 달라 일찍 와서 대기하고도 오래 기다린 손님이 항의하고 직원과 다투는 일도 잦았다"며 "대기번호표라는 기술은 모두에게 공정하다. 창구의 직원이 편법을 용인하지만 않는다면, 번호표를 뽑은 사람 누구나 앉아 기다 리기만 하면 제 차례가 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작 한두 개 반도체가 들어간 간단한 기술 하나로, 은행 창구라는 공간이 얼마나 공정하고 민주적이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바뀌었는지 생각해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양 의원은 "은행이라는 공간을 사회 전체로 넓혀보면 기술이 공정과 정의, 갈등 중재와 국민화합에 기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기술이 정치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


양 의원은 반도체기술특위,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등에서 활동한 경험을 들어 '과학기술인'의 정치 참여가 더욱 늘어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회에는 엔지니어 출신이 없다"며 "정치권 모두 한목소리로 반도체가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말하면서도 국회나 당에 반도체 전문가를 불러들이지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가끔 우리 당과 국회에 나와 같은 반도체 산업 출신 의원이 한 명만 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울 때가 있다"며 "전공과 전직이 같은 의원들끼리 상시 소통하며 해당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칼 마르크스 대학교(현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동베를린 물리화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이공계 출신이다./연합뉴스


양 의원은 이공계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도 기술을 잘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많은 국회의원이 각종 경제·산업·기술 정책을 논하지만,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정치는 점점 확산해 정치적이면 안 되는 사회 분야에까지 ‘정치’가 만연하다"고 비평했다. 사법부, 정치, 학자, 지식인과 언론이 모두 정치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치권이 상대 세력을 이기려는 에너지의 반만 경제 문제에 쏟아도 우리의 기술력과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이제라도 정치가 현실감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부터)./서울경제DB


양 의원은 여당 대선 후보들이 '복지'공약에 천착해 '성장동력' 발굴에는 미진하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복지체계',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돌봄사회', 박용진 의원의 '국민자산 5억 성공시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답다’라는 말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분배와 복지의 문제를 꼭 성장·발전 전략에 앞세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양 의원은 "반드시 복지와 성장 두 축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오히려 복지확대론이 아닌 경제 성장론을 대선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이 복지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중에서는 '백신·제약 4강 국가, 디지털 전환 선도국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선도국가'라는 목표를 제시한 이 전 대표와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네트워크, AI,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를 대한민국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한 정 전 총리의 비전을 주목했다.



양 의원은 지난 3월 정치권에서 회자된 '양향자 대선 출마설'에 대한 뒷 이야기도 책에 담았다. 이 전 대표가 대선 경선 레이스 일정에 맞춰 사퇴하겠다고 밝힌 때였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 당시 최고위원이던 양 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양 의원은 대선 출마를 고민하던 심정을 책에 담았다. 다음은 양 의원이 썼던 '사퇴의 변'이다.

"대선이 딱 1년 남았습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됩니다. 정의, 평등, 개혁 그리고 복지, 민주당은 모든 담론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쏘아 올린 복지 확대 아젠다가 대선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지 확대라는 위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와 함께 대한민국을 미래로 나아가게 할 나머지 한 바퀴인 경제성장 담론, 즉 지속 가능한 복지확대의 방법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약한 고리이자 야당이 끊임없이 공격할 ‘경제’를 우리의 강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낙연의 신복지정책도, 이재명의 기본소득 정책도 날개를 답니다. 백전백승입니다.

경제성장은 어떻게 가능합니까? 바로 과학기술입니다. 과학기술이 미래국가, 선도국가, 패권국가를 만듭니다. 미래기술 논쟁에서 야당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기업인과 경제인, 기술인과 과학자가 민주당의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더 많은 기업인과 경제인, 기술인과 과학자의 지지를 끌어와야 합니다. 기술인

이자 기업인 출신인 저에게 그 소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진심이자 이 절규가 당 안팎에서 자칫 논쟁적일 수 있습니다.당에 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오늘 저는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제 고향인 산업 현장으로 달려가 미래기술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인과 경제인, 기술인과 과학자들의 열망을 대변하겠습니다.

정권 심판은 곧 경제 심판입니다. 국민에게 미래 경제에 대한 확신을 줄 때, 정권 재창출이 가능합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목표는 개혁이었습니다. 저도 당과 국회에서 경제개혁, 노동개혁, 사법개혁에 앞장섰습니다. 이제 그 역사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2기 정부의 목표는 도약이어야 합니다. 미완의 개혁은 그것대로 완수하고 새로운 경제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이제 유능한 경제 정당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역할에 앞장서는 것이, 경제인이자 기술인인 저를 정치로 이끈 대통령의 뜻이고 저를 믿고 품어주신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뜻이라 믿습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지지로 오른 자리를 떠나는 죄송함은 정권 재창출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진정성으로 갚아 나가겠습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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