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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2.6조弗 쥔 美 가계, 보복 소비로 인플레 수분기 갈수도

■5월 CPI 13년만에 최고

성인 67% "하반기 지출 확대"

44%는 "소비 위해 빚낼 의향"

코로나이후 초과저축 2.6조弗

실질 소비여력 커질대로 커져

임금인상 겹쳐 인플레 압력 ↑

연내 테이퍼링 실시 가능성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인 치폴레가 임금 인상에 음식 가격을 약 4% 인상했다. /사진 제공=치폴레




신용카드 정보 사이트인 크레디트닷컴이 지난달 12~14일 미국 성인 2,6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9일(현지 시간) 발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올 하반기에 지출을 대폭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들이 꼽은 항목은 여행과 야외 놀이, 외식, 집 개량, 옷 구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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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44%는 ‘소비를 위해 빚을 질 생각까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그동안 못한 쇼핑과 외식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테드 로스먼 크레디트닷컴 선임 산업 애널리스트는 “모든 사람이 1년 이상 코로나19를 견뎌온 만큼 그렇게 소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조사는 미국소매협회(NRF)가 올해 소매 판매가 지난해 대비 최대 13.5% 증가하면서 지난 1984년 이후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가계는 지난해 록다운(폐쇄)으로 경제 활동을 중단하면서 씀씀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불안감으로 저축액도 늘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가계 저축률은 연 환산 기준 21%에 이른다. 특히 연방정부로부터 1인당 3,200달러(약 356만 원)가량의 현금도 받았다. 실제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올 3월 말까지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2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실질 소비 여력이 커질 대로 커졌다는 뜻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19년 말 9,270억 달러였던 신용카드 이용 잔액은 올 3월 말 7,700억 달러로 17% 줄었다. 그만큼 소비를 더 할 수 있는 상태라는 의미다.

소비가 폭발하다 보니 기업들도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이날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치폴레가 임금 인상을 이유로 음식 가격을 전체적으로 약 4% 올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 움직임이 외식 업계를 포함한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샘 불러드 웰스파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업체가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무디 리전스파이낸셜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지금은 소비자들이 저축한 돈이 많아 가격 인상을 견딜 수 있다”며 “사람들이 밖에서 소비하기를 원하면서 한동안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요한 것은 ‘보복 소비’에 구인난에 따른 임금 인상이 겹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고 있는 점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와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로저 부틀 캐피털이코노믹스 회장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통화정책과 수요의 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오일쇼크가 일어난 1970년대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채질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4.7%)를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CPI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이다. 미국에서는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렌털비가 덩달아 뛰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년 대비 5~10% 안팎씩 오르고 있다. 지금의 주택 시장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주거 비용이 물가 상승의 주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임금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구인난 역시 구조적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학생들의 전면 등교가 이뤄지는 오는 9월 이후에도 구인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코로나19에 200만 명이 조기 퇴직했는데 이들은 경제가 재개돼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이민 억제 정책과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이동의 어려움 등도 구인난을 일으키는 이유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기저 효과가 사라지는 가을께부터 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블랙록의 러스 코에스테리치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지만 그것은 몇 개월이 아닌 몇 분기(several quarters)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바빠졌다. CNBC는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8월 말 잭슨홀미팅에서 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몇 개월 뒤인 12월이나 내년 초에 테이퍼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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