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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무브 투 헤븐' 도끼눈 떴다가 끝내 울어버렸네

사진=넷플릭스




"이제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흔한 로맨스도, 출생의 비밀도, 베일에 싸인 살인사건도 없다. 홀로 쓸쓸히 떠난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를 찾아 전달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반복될 뿐이다. 지루하냐고? 아니, 전혀.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아니 의식하지 않고 외면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울컥 울컥 하다가 기어이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다.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TV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작품이다. 고독사하거나 사고로 사망한 이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유품관리사’라는 직업은 물론, 단순한 전개방식을 통해 이제 면역이 되다시피 한 ‘자극’에서 벗어난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20살 청년 한그루(탕준상)는 갑작스레 사망한 아버지 한정우(지진희)를 대신해 임시 후견인인 삼촌 조상구(이제훈)와 3개월간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해븐을 운영하게 된다. 앞집 사는 윤나무(홍승희)가 한그루를 챙기며 꼬박꼬박 이들의 관계에 끼어들지만, 모두가 다 애정에서 비롯된 일. 홀로 떠난 사람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찾아내고, 이를 전달하며 이들 모두 한 걸음씩 성장해간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뉴스 사회면에서 어렵지 않게 보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기계에 상처를 입어도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청년, 매일 은행에서 5만원씩을 찾던 치매 노인, 데이트범죄 피해자, 환자에 의해 숨진 의사, 직접 유품정리를 의뢰한 노부부, 한국에서도 입양간 나라에서도 국적을 얻지 못한 청년 등이 등장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한그루의 시선은 다르다.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해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는 그는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을 기반으로 고인이 남긴 메시지를 찾는다. 노란 상자에 담은 마지막 유품들 속에서 ‘메시지’를 찾아내고, 자신의 진심을 담아 유족과 지인에게 이를 전달하는 공식은 잘 짜인 추리극이 주는 재미 못지않다.





첫 사연부터 마지막 한그루와 조상구 자신들의 사연까지 드라마는 같은 공식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면 유품정리 도중 숨진 치매 노인이 매일 은행에서 5만원씩을 인출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가 매일 다녔을만한 길을 걸어보며 이유를 찾은 뒤, 끝내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유족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비판적 관찰자’였던 조상구의 시선은 서서히 바뀐다. 그는 “고작 청소하는 것”이라며 우습게 생각하다가 처음 현장을 보고는 구토를 참지 못한다. 유족이 버리라는 유품을 왜 전달하려고 하냐던 그는 몇 번의 사건을 겪으며 ‘보이지 않는 진심’을 찾고 함께 전달하기 시작한다.

그의 시선은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과 같다. 집값 떨어진다고, 냄새 난다고, 아이들 교육에 안좋다고 차를 치우라 하고 오늘 안으로 정리를 끝내라는 고인 이웃들의 시선. 청소전에 돈이나 귀중품 찾아서 나오면 전달해달라며, 지키고 선 유족들…. 조상구의 변화는, 그리고 자신이 직접 겪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그렇다고 그 메시지가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교훈’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모티프가 된 에세이집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쓴 특수청소 전문업체 김새별 대표는 넷플릭스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우리 주변에 고독사가 발생했는데 모르고 있었다니 마음이 안타깝다. 서로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작품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 늘 스쳐 지나가지만 별반 관심 없었던 앞집 아저씨와 옆집 청년과 아랫집 할머니를 한번씩 떠올려보게 만든다. 그만큼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처럼 한번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기 어렵다. 다만 ‘인간수업’, ‘스위트홈’, ‘킹덤’과 같이 짙은 장르적 매력을 앞세운 작품은 아니라는 점에서 ‘무브 투 해븐’의 성과는 더 신선하다. TV는 못 내보낼 장르를 넘어 TV는 안 내보낼 이야기까지 싹 다 잡으며 입지를 확고히 다진 넷플릭스의 과감한 시도가 이제 무섭기까지 하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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