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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SMR로 10년 내 수소 시장 지각 변동···수출지원법 속도전 나서야” [청론직설]

◆황주호 전 한국원자력학회장

탈원전 정책으로 수십년간 키워온 원전 산업 붕괴 위기

주요국 ‘탄소 중립’ 위해 친환경 소형 원전 재평가 열풍

국내 기업들, 해외 러브콜 쇄도해도 탈원전에 발묶여

신한울 3·4호기 되살려 미국처럼 수소 생산 투입하고

장밋빛 청사진 벗어나 합리적 ‘에너지 믹스’ 전략 절실

황주호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SMR이 세계 수소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며 “SMR 수출산업지원법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파격적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의 간담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필요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SMR이 탄소 중립과 수소 경제의 확실한 대안이자 원자력발전 생태계 부활의 열쇠라는 전문가들의 호소가 여당 대표의 입을 통해 공론의 장에 올랐기 때문이다. 일찍이 ‘SMR 대세론’을 주장해온 황주호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SMR이 10년 내 세계 수소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며 “SMR 수출산업지원법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파격적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脫)원전 정책으로 수십 년간 애써 키워온 원전 산업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고 국산화율도 떨어지는 만큼 탈원전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경희대 국제핵정책평화센터 고문인 황 전 학회장을 17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SMR의 전망과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 에너지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여당 대표의 SMR 도입론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미 간의 협력 필요성도 거론했는데.

△여당 대표로서 국가 에너지 정책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당연히 내야 할 의견이었다. 다만 SMR뿐 아니라 대형 원전 수출과 관련해서도 한미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은 중단된 상태다. 나아가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방안에 대해서도 건의 단계를 넘어 민주당 내의 일치된 의견을 듣고 싶다. 여당 내에서도 에너지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는 분들 가운데 탈원전 정책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는 이들이 꽤 있다. 분위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못할 뿐이다.

-왜 지금 SMR 개발이 에너지 분야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가.

△SMR은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모듈로 입체화한 것이다. 발전 용량 300㎿ 이하의 소형 원자로이기 때문에 건설 비용이 적게 들고 사고 발생률을 기존 원전의 1,00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원전이다. 노후 화력발전을 대체하고 수소 생산과 해수 담수화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도 SMR이 공식 의제로 올랐다. 내년에 마련될 제6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는 SMR 개발 일정 및 지원 방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SMR이 탄소 중립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는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공급이 일정하지 않아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원자력과 수소는 이를 보완하는 안정적 전력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다. 2050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데 SMR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탄소 중립을 주장하면서 원전을 외면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50년에는 약 540만 톤의 수소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원전 한 기를 1년 내내 돌려도 20만 톤의 수소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수소 경제에도 원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수소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SMR을 쓸 수밖에 없다. 수전해로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물에 전기를 보내야 하는데 이러한 열을 언제 어디서나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로서는 SMR 이상의 대안이 없다. SMR이 10년 이내에 세계 수소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원전의 수명이 다 됐다고 해서 그냥 해체하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미국은 이미 94기 중 86기에 대해 설계 당시 수명을 연장했다. 우리도 굳이 원전을 전기 생산에 사용하지 않겠다면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기술적 보완 작업을 거쳐 수소 생산에 투입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도 ‘스마트(SMART)’라는 SMR을 독자 개발해 중소형 원자로 기술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한국은 SMR 개발에서 상당히 앞선 편이다. 1996년부터 착수한 스마트라는 중소형 모듈 원자로는 2012년에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세계 최초의 설계 인증까지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기술을 도입하겠다며 40명의 인력을 파견했고 설계 작업도 공동으로 수행했다. 다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이 조금 흔들린다고 들었다. 해외 경쟁사들의 잇단 신기술 소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탈원전 정책으로 상용화를 가로막은 탓이 크다.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로부터 쇄도하는 러브콜을 받아왔지만 탈원전 정책에 발이 묶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주호 경희대학교 교수(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우리는 ‘혁신형 SMR(i-SMR)’을 개발 중이라고 들었는데.

△내년부터 경제성과 안전성을 대폭 끌어올린 혁신형 SMR 개발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예산 지원만 뒷받침되면 바로 착수해 2028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30년대 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혁신형 SMR 분야에서는 먼저 개발한 곳이 시장 패권을 장악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SMR 개발이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는가.

△이미 전 세계에서 70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10개 정도는 자금 모집까지 마치는 등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선박을 이용한 발전소를 추진 중인데 40건의 주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스케일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 인증을 받아 경수 기반 사업에서는 가장 속도가 빠른 편이다. 원전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냉각재로 나트륨이나 가스를 활용하는 4세대 원전이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낙오될까 걱정스럽다.

-미국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원전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운다고 들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초소형 원전 육성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집중 지원하고 있다. 기존 원전을 없애면 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며 경쟁력을 잃은 발전소에 대해 거꾸로 보조금까지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2019년에 3개의 원전 육성법을 만들었다. 원자력 혁신 및 선진화법(NEIMA), 원자력혁신역량법(NEICA), 원자력주도권법(NELA) 등이다. 미국에서는 공화·민주 양당이 초당적 차원에서 원전 지원법을 만들어 정권 교체와 상관 없이 일관된 에너지 정책을 펼친다.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하지 않았나.

△정부가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충실히 지켜야 한다. 그러자면 명실상부한 원전수출산업지원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만 머물러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으로 확실한 지원 체계를 갖출 필요가 크다. 우리는 정부와 민간의 총력전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을 성사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SMR에 대해서도 중소형로 개발 지원법을 만들어 정부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기술 규제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글로벌 규제 당국과 협력해 상호 인증 체제를 갖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속도전이 불가피한 만큼 개발 자금을 적기에 지원받을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반대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 정부 초기부터 동료 교수들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합리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문제 등이 불거지고 태양광 남발에 따른 산사태가 일어나니 국민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오히려 원전이 없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당국자들이 책상에 앉아 정책을 너무 쉽게 만드는 것은 문제다. 선진국은 어떤 정책이든 치밀하게 구상하고 사전 영향을 점검해 시장에서 스스로 방향을 바꾸도록 만든다. 우리처럼 어느날 갑자기 “너 죽어”라는 식으로 군사작전처럼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심지어 “대한민국이 우리를 싫어하니 다른 나라로 집단 이민을 가자”고 말하는 후배들도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어떤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고 보는가.

△정부가 48조 원을 투자해 전남 신안에 해상 풍력 단지를 짓기로 했다. 여기서 나오는 전력을 전부 수소 경제에 올인해도 원전 하나 정도의 수소 생산량에 머무르게 된다. 그 정도 재원이라면 원전 12기를 지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신재생 분야에 국산 기술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풍력발전기도 8㎿급 생산에 만족할 뿐이다. 중국산 제품이 신재생 시장을 휩쓰는 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채산을 맞추지 못해 힘들어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신재생 산업 육성이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바람직한 에너지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에너지 분야는 국민 생명,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국가 지도자라면 이를 한시도 잊지 말고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 환경 분야에서는 최대 문제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전기 요금이 곧 산업 경쟁력이라는 인식도 가져야 한다. 압연 회사 관계자에게 전기 요금이 10% 오를 경우 대비책을 물었더니 5곳 중 4곳은 무너진다고 답하더라. 어떤 정책이든 현실과 적절히 조화를 이뤄가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념과 이념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합리적 ‘에너지 믹스’ 정책이 필요하다. 장밋빛 청사진만으로는 에너지 강국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He is…

1956년 부산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조지아공대 대학원에서 원자핵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을 거쳐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공과대학장·국제부총장 등을 지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한국에너지공학회장·한국원자력학회장 등을 역임하며 에너지 정책의 초석을 쌓았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원전수출자문위원장과 경희대 국제핵정책평화센터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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