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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언론을 그냥 놔두라

이윤재 번역·비평가

이윤재 비평가




유엔은 많은 나라에서 정부의 억압으로 언론의 독립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기 위해 매년 5월 3일을 ‘세계 언론 자유의 날’로 정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국가별 연례 인권보고서 한국 편에서 표현의 자유 제약을 ‘중요한 인권 문제’로 언급했다. “명예훼손을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한국의 사법 체계는 국제 기준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국경없는기자회의 논평도 언급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지난 1933년 1월 30일 집권하자마자 국민 전체를 같은 주파수로 변환해 모두가 발맞춰 행진하는 파시즘 국가로 만들기 위해 ‘강제적 동형화(gleichschaltung)’ 작업에 착수했다. 선두에 선 인물은 35세의 요제프 괴벨스. 1934년 신설된 국민계몽선전부 장관에 취임한 그는 신문사 발행인들과 각종 언론인 협회 대표자들을 초청한 리셉션에서 말한다. “언론은 보도는 물론 교도(敎導)도 해야 한다. 언론은 국가주의를 표방해야 하며,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 연주할 때 그것이야말로 이상적 언론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열린정책연구원 정책 토론회에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정부 기금으로 ‘열린 뉴스포털’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을 더 장악하려는 시도가 나치 독일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관제 포털’을 만들자는 속셈이다. 편향 보도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언론의 본령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헌법 21조는 언론기관에 대해 폭넓은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취재의 자유, 편집의 자유, 보도의 자유 등이다. 언론을 자유방임하라.



존 밀턴은 언론의 자유를 주창한 고전 ‘아레오파지티카’에서 주장한다. “진리와 거짓이 맞붙어 싸우게 하라. 자유롭고 공개적인 대결에서 진리가 진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진리가 거짓을 논박하는 것이 거짓을 억제하는 가장 좋고 확실한 방법이다.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공원 문을 닫음으로써 까마귀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모한 짓이다.” 토머스 제퍼슨도 말한다. “우리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에 기초한다. 언론의 자유는 조금이라도 제한되면 필연적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고대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는 말한다. “공화국이 부패할수록 수많은 법이 있다.” 1791년 12월 15일 미국 수정 헌법 제1조는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대못을 박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소명을 다하기 위해 언론을 매개로 국민을 설득했다. 그들은 ‘대통(大統)’아닌 ‘대통(大通)’을 프레지던트십(presidentship) 또는 프리미어십(premiership)의 요체로 삼았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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