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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인플레 쓰나미, 손놓다간 정상 기업까지 쓰러진다

인플레이션의 파도가 예상보다 세고 빠르게 몰려오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2% 급등해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가의 예상(3.6%)을 크게 웃돌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또다시 뛰어올랐다. 실물 현장은 더 심각하다. 원자재·부품 가격은 연일 수직 상승하고 해운과 항공 등 물류 비용까지 치솟고 있다.

우리 주력 기업들은 정부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인플레이션의 파장에 휘청이고 있다. 철광석 값 급등으로 자동차·조선 등은 팔아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다른 제조업도 채산성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인플레이션의 파고는 시작에 불과하다. 각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원자재 값 랠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19 직후 이상으로 끔찍한 상황을 맞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부채 총계는 지난해 한해 각각 6.09%, 16.63% 늘었다. 3개 신용평가사의 등급 부여 실태를 보면 투기 등급 업체는 195개 사로 1년 만에 76개(63.8%) 늘었다. 기업의 체질이 그만큼 허약해졌다는 뜻이다. 지금은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강제 유예해주고 있지만 긴축의 흐름이 거세진다면 금융회사들은 앞다퉈 돈줄을 조일 것이다.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지 않은 터에 경쟁적으로 자금 상환을 요구할 경우 부실 기업은 물론 일시적 수익성 하락에 직면한 정상 기업들까지 쓰러질 수 있다.

정부와 통화 당국은 재정을 통해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띄울 생각만 하지 말고 인플레이션의 쓰나미가 몰고 올 위험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정밀 대응해야 한다. 원자재 조달 차질로 문을 닫는 곳이 없도록 총력전을 펴고 기업들의 자금 상황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패러다임이 바뀌는데도 정부가 안이한 판단과 처방에 머물러 위기를 불러왔던 과거 사례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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